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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도 제쳤다… K-방산 세계 4강 진출 위한 과제들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02 08: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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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200억 달러 수출 가능할까?



지난달 23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모하맛 하산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산 경공격기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 최종 계약식이 열렸다. 총 18대, 9억2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로 올해 K-방산 대규모 수출로는 첫 사례였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앞으로 경전투기 18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어서 FA-50 수출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K-방산 수출은 17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액(110억 달러 이상)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내 생산 무기의 75%를 수출하고 각종 첨단기술로 세계 방산시장을 석권해 그동안 K-방산의 롤 모델이자 넘보기 힘든 ‘넘사벽’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분석한 ‘2018∼2022년 국제 무기 이전 동향’에서도 세계 9위로, 10위인 이스라엘을 제쳤다. 한 방산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방산수출에서 이스라엘을 제친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방산 이미 메이저리그 진입”

해외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 CNN은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메이저 리그(defense major league)에 진입했고, 미국과 NATO를 대신해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도 방위산업을 ‘국가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2027년까지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방산수출 상승세를 감안해 올해 목표를 지난해보다 많은 200억 달러로 잡고 있다. 특히 K-방산 수출 대박의 주역이자 큰손으로 부상한 폴란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폴란드는 지난해 K-2 전차 등 무기 4종에 대한 1차 이행계약만 124억 달러를 체결했다. 지난해 방산수출액의 72%를 폴란드가 차지한 것이다. 잔여 계약은 K-2 전차 820여 대, K-9 자주포 430여 문, 다연장 로켓 천무 80여 문 및 탄약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있는 계약을 올해 모두 체결하는 것이 우리 측 목표다. 그럴 경우 올해 방산수출액은 2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현재 한·폴란드 양국 방산업체들은 2차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수출금융 문제 등 몇 가지 이견으로 본격적인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에선 오는 10월 총선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10월 이전에 2차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폴란드 방산수출은 작년에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본게임 시작으로 볼 수 있다”며 “2차 계약이 최종 체결될 때까지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폴란드에는 미사일, 장갑차, 잠수함 등 추가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있고, 방산 외에 원전, 고속철, 공항 등에 있어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폴란드가 신뢰할 수 있는 방산 수출금융 지원책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이번에 만들 필요가 있다. 마침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오는 5~7일 폴란드 수출용 FA-50 경공격기 출고식 참석차 방한해 한·폴란드 국방장관 회담을 열 예정이기 때문에 이때 양국간 이견의 돌파구를 열 필요성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FA-50 수출이 최종 성사됐지만 올해에도 폴란드를 제외하곤 대규모 수출이 기대되는 곳은 많지 않다. 국산 레드백 장갑차 선정이 기대되는 호주 장갑차 사업은 규모가 당초 5조~8조원 이상에서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됐다.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동 지역도 K-방산 수출의 큰손으로 부상하며 천궁-Ⅱ 요격미사일, 비호복합 대공화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의 수출이 예상됐다. 규모도 60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데 변수가 많은 중동 지역 특성상 금년 중 성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 최대 미국시장 돌파구 열 필요

이에 따라 K-방산이 폴란드 대박 신화에 그치지 않고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방산수출은 군과 업계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방산 컨트롤 타워가 중요하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방산 사령탑으로 국가안보실 산하 방산비서관 신설을 계속 희망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비록 방산비서관을 신설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안보실 주도의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단순히 기구 신설에 그쳐선 안 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가동해야 수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특성을 반영, 무기 도입 기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방위사업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속획득 프로세스(한국형 MTA)’도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법적·제도적 지원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방사청은 방위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위사업 계약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결국 기존 방위사업법을 개정, ‘방위사업 계약법’에 담으려 했던 일부 내용을 반영하고 나머지는 하위 법령에 이관하는 내용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도 K-방산의 도약을 위해 꼭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조달협정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로, 체결국은 미국산우선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미군 등에 조달 제품을 수출할 때 세금 등으로 인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한미 방산 FTA(자유무역협정)인 셈이다. 미 국방조달시장은 425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주요 미국 무기사업에서 샅바조차 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면밀히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방조달협정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년간 방산 수출 증가율 세계 1위]

수출 지역과 품목도 다양화

지난 2~3년 사이 K방산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놀라운 급증세를 보여왔다. 지난 10여 년간 20억~30여 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K방산은 2020년 29억7000만달러에서 2021년엔 72억500만달러로,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173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수출액이 2년 사이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발간한 ‘2022년 국제 무기이전 동향’ 보고서에서 2018∼2022년 한국이 전 세계 방산 수출 시장에서 2.4%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직전 5년(2013∼2017년·1.3%)보다 74%나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압도적인 수준의 세계 1위 기록이다.

다만 한국의 무기 수출 순위는 전년도 보고서(2017∼2021년)에서는 시장점유율 2.8%로 세계 8위였으나 이번에는 세계 9위로 집계됐다. 한국의 방산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2위, 2018년 11위, 2019년 10위, 2020년 9위, 2021년 8위 등으로 매년 상승했다.

수출 지역과 품목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수출 지역은 과거 아시아, 북미 중심에서 최근엔 폴란드 등 유럽, 중동,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출 품목은 과거 탄약, 함정 위주였지만 이제는 미사일, 경공격기, 전차,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으로 첨단화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 호주, 이집트, 인도 등 전 세계 8국에 수출되며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방산 수출은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첫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1대 수출 금액이 2000만~2500만달러(약 244억~305억원)인데, 이는 2000만원짜리 중형차를 약 1500대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잠수함이나 첨단 대형 함정처럼 1척당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무기 체계 판매의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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