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학군단(ROTC) 학군사관후보생들이 지난 3월 22일 경북 경산 영남대 교내에 커피 트럭을 세워놓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커피를 주며 ROTC 지원 홍보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부산대학교에 “부산대 학생 여러분! ROTC(학군단) 선배들이 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피 차량이 등장했다. ROTC 지원율이 저조하자 부산대학교 ROTC 동문회에서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커피 차량을 보낸 것이다. 안동대에는 “ROTC 지원할래요!”라는 현수막을 내건 커피 차량에서 학군단 지원 방법을 스티커에 새겨 컵 홀더에 붙여주기도 했다. 울산대, 순천향대 등에도 이 같은 커피 차량이 등장했다.
일부 대학 ROTC 동문회에선 재학생들에게 전화를 돌려 학군단 가입을 독려하는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초 서울과기대 일부 재학생은 “학군단 가입하시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학군단 홍보 부스 등에서 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파악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돌린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이 같은 ‘구인난’은 학부 1~2학년 사이에서 ROTC 인기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1호 학군단인 서울대 학군단의 경우 1963년 1기생은 528명이 임관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60년이 지난 2022년 임관한 60기생은 단 9명이었다. 1기생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서울대 ROTC 65기 1차 모집에 지원한 1학년생은 6명에 불과했다. ROTC 65기에 지원한 연세대 1학년생은 11명, 고려대 1학년생은 2명에 그쳤다. 이른바 SKY 대학에서 모두 정원에 미달된 것이다. ROTC중앙회 등에 따르면 ROTC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는 대학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6개의 교대 학군단은 지원율 미달로 폐지됐다. ROTC 중도 포기자는 2019년 255명에서 2021년엔 364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 6.1대1이었던 ROTC 지원 경쟁률은 2018년 3.4대1, 2020년 2.7대1, 2021년 2.6대1, 지난해 2.4대1로 낮아지더니 올해엔 1.6대1로까지 떨어졌다. 10년 만에 경쟁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ROTC는 1961년 창설된 이래 올해까지 61기수 21만여 명이 임관했다. 임관한 소위, 전방 경계 담당 초급 장교의 70%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급 간부의 중추이자 근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만큼 ROTC 지원율 하락은 초급 간부 확보에 끼치는 파장이 크다. ROTC 관계자들은 육사나 3사에 비해 낮은 양성 비용으로 현역·예비역 장교 전력의 70%를 충원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ROTC뿐 아니라 사관학교, 대학 군사학과 등의 인기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18년 모두 30대1을 훌쩍 넘겼던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경쟁률은 지난해 육사 26대1, 해사 19대1, 공사 21대1로 낮아졌다. 지난 2월 60기 입교식을 한 육군 3사관학교의 경우 550명 정원에 547명을 선발했지만 76명이 합격하고도 오지 않았다. 2018년 중도 퇴교자가 13명 나온 육군사관학교도 지난해엔 퇴교자가 68명이 돼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군사학과가 설치된 8개 대학의 경우 미달률이 높아지고 자퇴생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대는 폐과를 결정해 현재 1~2학년 학생이 없는 상태다. 한 대학의 군사학과 교수는 “부임한 지 5년 됐는데 1~3년 차 때는 80여 명 정원을 항상 채워 선발했지만 작년과 올해는 80여 명 정원에 20여 명씩 계속 미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초급 장교 지원 급락 사태는 병사들의 처우 개선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병사 처우도 나아졌는데 굳이 장교를 왜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에 다니는 도모(22)씨는 ROTC 임관을 포기하고 지난해 말 육군 병사로 입대했다. 도씨는 “병영 악습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터지는 걸 보고 장교로 임관해 미래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병사 복무 기간이 장교에 비해 절반 수준이어서 결국 병사 복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ROTC 의무 복무 기간은 28개월(육군 기준)로 1968년 이후 55년간 변화가 없다. 반면 병사 복무 기간은 같은 기간 크게 줄어들었다. 병사는 1968년 의무 복무 기간이 ROTC보다 긴 36개월이었지만, 지금은 18개월이다. 복무 기간 외에 병사보다 23배나 많았던 봉급과 대기업 등 취업에 유리했다는 점 등도 과거 ROTC 인기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병장 월급과 격차가 크게 줄었다. 군사학과의 경우 장교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 외에 장기 복무 선발률이 낮다는 점이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군사학과 출신 장기 선발률은 40~50% 수준이다. 7년간 의무 복무 후 장기 선발이 안 된다면 30세 안팎 나이에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 군사학 학사 자격과 7년 군 경력만 갖고는 사회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대학 학군단 훈육관 A(28)씨는 “처음 장교가 됐을 때만 해도 관리자를 해본다는 메리트가 강했지만 지금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인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육군 전방 부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는 학군 출신 김모(25) 중위도 “학군단 출신 초급 간부를 소모품으로 취급해 실망감을 느꼈다”며 “초급 간부들은 퇴근은커녕 잦은 야근과 당직으로 한 달에 외출도 1~2번에 그쳐 올해 초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고 전했다. 대경대 군사학과 오대훈 교수는 “장교·부사관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ROTC, 군사학과 지원자 감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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