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돔’ 개발업체로 유명한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사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요격)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과 유럽 등도 극초음속 요격 미사일 개발 계획을 공개한 뒤 개발을 진행중이다. 음속 5배 이상의 초고속과 회피 기동으로 현존 기술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게임 체인저’로 불려왔던 극초음속이 미사일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방패’로 요격 미사일도 개발되고 있어 ‘창’과 ‘방패’의 대결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라파엘사는 지난 14일 파리 에어쇼를 앞두고 ‘스카이 소닉’(Sky Sonic)으로 명명된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3년 전부터 개발해왔다고 밝혔다. 라파엘사는 “이 요격 미사일은 특출한 기동 능력과 속도를 내도록 설계됐으며, 음속 5배 이상 속도로 날아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카이 소닉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기존 방공망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기동하는 고도 20∼70㎞ 사이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됐다고 라파엘사측은 밝혔다.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중인 스카이 소닉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미사일 개념도./이스라엘 라파엘사
현재 세계 군사강국들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는 두 종류다. 우선 극초음속 활공체로, 초기엔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일정 고도에서 활공체가 추진체와 분리된 뒤 마하 5 이상의 초고속으로 활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특히 극초음속 활공체는 지그재그 방식으로 계속 경로를 바꿔가며 초고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스카이 소닉’은 이런 극초음속 활공체 요격을 목표로 개발중이다.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 계발계획 발표는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 공개에 뒤이어 나왔다. 이란은 지난 6일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파타흐(Fattah)’를 처음 공개했다. 파타흐는 파르시어로 ‘정복자’라는 뜻이다. 이란 관영 TV는 파타흐 미사일이 “적의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고 미사일 분야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큰 도약”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등 최첨단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우회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마하 14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파타흐의 최대 사거리는 140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2023년6월 첫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 /연합뉴스
앞서 미국은 지난 2021년 이후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활공체)을 요격하기 위한 활공단계요격체(GPI)를 개발중이다. 레이시온과 노드롭그루먼이 경쟁중인 GPI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미 해군 구축함에 탑재돼 장거리에서 극초음속 활공체를 요격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등 7개국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유럽 극초음속 방어(EU HYDEF) 프로그램과, 유럽 미사일 제작업체 MBDA가 주도하는 ‘아퀼라’ 프로그램 등 2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 빠른 탐지와 추적을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도 추진중이다.
‘창’에 해당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각국 개발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러가 앞서가고 미국이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미 육군과 공군은 지난해 7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잇따라 성공했다. 미 국방부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는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실험장에서 ‘오프파이어즈’(OpFires·Operational Fires)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프파이어즈는 미 육군의 차세대 준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로 최대 1600km 떨어진 목표물을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타격할 수 있다. 미 공군이 개발중인 AGM-183A ARRW(공중발사 신속대응무기)는 실패한 경우도 있지만 성공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2~3년 전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 군사목표에 대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여러 차례 발사, 세계 최초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한 기록을 남겼다. 러시아는 극초음속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아방가르드’, 함정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도 개발했다.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중인 중국은 지난 2021년 7월 극초음속 무기가 지구를 한바퀴 반 돌아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북한도 지난해 잇따라 극초음속 미사일들을 시험발사하고 일부는 성공을 주장함에 따라 남북한간에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인민군창건 9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 /뉴스1
북한은 화성-8형으로 명명된 가오리형과, 기동탄두(MARV)와 비슷한 원뿔형 등 두종류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중인데 모두 극초음속 활공체형이다. 지난해 1월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중 원뿔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 1월 1000㎞ 비행에 성공했는데, 240㎞ 가량을 요격이 어려운 선회비행에 성공했지만 중·러 미사일처럼 지그재그형 회피비행을 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20년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국산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선 고도의 보안이 유지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과 같은 활공체형 외에 기술적으로 어렵고 진보한 스크램제트 엔진을 활용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형 모두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해 최근 시험발사에 성공한 L-SAM(장거리 대공미사일)을 개량, 극초음속 활공체 요격미사일을 2030년대 중반쯤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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