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예산을 두고 법무부와 야당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시행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수) 시행령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가 확대돼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액 삭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소위 심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민주당 법사위원 사이 설전이 오간 가운데, 특활비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직접수사 범위 확대 등 증액 필요"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검찰 수사에 필요한 경비로 총 562억원(특정업무경비 482억원+특수활동비80억원)이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지난해 경비 546억원에 비해 2.9% 증가한 규모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0년과 2022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며 검찰의 직접 처리사건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나, 지난해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증액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검찰 직접수사 처리사건은 2020년 4만33487건, 2021년 3만2173건, 2022년 3만1455건으로 수사권 조정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올해 8월 기준 처리사건은 2만924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활비의 경우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79억원에서 2020년 94억원, 2021년 84억원, 2022년 80억원으로 감소했고 이후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된 마약 수사 관련 특활비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 현재 2억7500만원 수준이다.
법무부는 2024년도 특정업무경비 예산이 2020년 468억원 대비 13억6700만원이 증가한 482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해의 총 경비(특수업무경비+특수활동비)는 562억원으로 같은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축소되는 측면이 있어 최소한으로 편성했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쓰레기"vs"전향적 공개"
야당은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의 집행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모든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특활비의 기밀성 등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다.
지난 13일 공개된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검찰 특활비 자체 지침에 대해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침 '요약본'에 '전향적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등 투명하게 집행 관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적힌 부분에 대해 "1만장을 복사해 광화문 네거리에 뿌리면 그냥 쓰레기로 주워가지 사람들이 안 본다. 아무도 관심 없다"고 직격했다. 해당 지침은 민주당 요구에 따라 최근 법무부가 국회에 공개한 자료다.
이에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 개의 정부를 지나는 동안 제출하지 않았던 지침을 장시간 대검과 협의하고 심사숙고 끝에 제출한 걸 어떻게 쓰레기란 표현을 쓰느냐"며 "왜 전향적인 게 아니냐. 왜 지난 정부에서는 제출 안 했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복사해서 길에 뿌려본들 사람들은 관심 갖지 않고 종이 쓰레기라고 판단할 거라는 말"이라며 "내용 자체가 쓰레기란 판단을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보원 만나는 비용 등 어떻게 다 증빙하나"
검찰 안팎에서는 특활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수사 실무상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계속해서 변하는 수사 환경에서 모든 비용을 증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마약 등 범죄 관련 정보원을 만나거나 잠복근무를 하는 경우 모든 비용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일부 잘못 집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특활비 자체를 부정하게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활비 삭감 기조를 유지하는 한 특활비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가 특활비 등 관련 예산안건 심의를 보류함에 따라 이를 넘겨받은 예결위가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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