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당직 근무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목 부위를 다친 뒤 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한 군인에 대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해군 원사 A씨 유족이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지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1995년 해군 하사로 임관한 A씨는 2013년 10월 원사로 진급한 뒤 해군에 계속 근무해왔다. 그는 2020년 2월 당직근무 중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목 부위에 충격이 가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좌측 손가락 저림 등의 증세가 발생해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경추 부위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수술 뒤에도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고, 뇌경색증, 폐색성 수두증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받았음에도 사망했다. A씨의 사인은 뇌부종이었다.
이에 A씨 유족은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며 국방부에 유족연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국방부는 망인이 지난 2012년부터 목통증으로 진료받은 내역 등을 들어 유족연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존에 지병을 앓고 있던 만큼 망인의 사망과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군인재해보상연금 재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위원회의 판단도 같았다. 결국 유족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망인이 수행한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국방부의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뇌부종과 이를 유발한 소뇌경색으로 사망했고, 사망진단서와 법원 감정의의 소견 등을 종합해 보면 뇌경색은 우측 척추동맥박리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가벼운 외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망인은 사고 이후 급격하게 목 부위 통증을 호소했고, 사망 전 척추동맥박리가 발병했을 사건이나 개인적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계단을 내려가던 중 발을 헛디뎌 자세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머리와 목 부위에 상당한 외부적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이 2019년 관사관리업무를 담당한 이래로 매월 상당 시간 초과근무를 한 점, 사고 당시에도 당직 근무로 피로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척추동맥박리는 사고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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