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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쿨존 사건으로 불거진 '기습공탁' 논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26 14: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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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치어 숨지게 한 남성 A씨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른바 '기습 공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가 공탁금을 걸면 피해자와 합의가 없어도 재판부는 이를 감경요인으로 볼지를 고민하게 된다. A씨는 1심에서도 3억5000만원의 공탁금을 낸 점이 참작돼 검찰 구형량(징역 20년)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되면서 형사사건 가해자가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가해자가 선고 직전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걸면서 피해자가 이를 알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가해자 입장에선 공탁금을 걸어 표면적으로는 반성 또는 합의 노력을 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선고 직전에 공탁하는 경우 피해자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가해자에 대해 재판부에 재차 엄벌 의사를 밝히는 등의 의사 표명을 할 수 없다.

재판부, "공탁 제한적 고려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공탁과는 지난 14일 A씨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이지영·김슬기 부장판사)에 형사공탁사실 통지서를 제출했다. 지난 24일 2심 재판부는 A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인들의 선처 탄원과 범죄전력 등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은 낮다고 보인다. 범행 동기와 정황, 가족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선고한다"면서 "유족이 공탁 수령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하게 밝히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공탁 사실은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사공탁이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법원의 공탁소에 일정 금액을 맡겨 피해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탁규칙 제85조에 따라 공탁관이 공탁물보관자로부터 공탁물 납입 사실을 전달받았을 경우, 해당 형사사건을 진행하는 법원과 검찰에 관련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특례제도가 시행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몰라도 가해자가 공탁할 수 있게 됐다. 이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일방적인 공탁이 가능해지면서 감형을 목적으로 선고 직전 기습적으로 공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심에서도 A씨 측은 선고를 앞두고 거액의 공탁금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3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유족은 2심에서 감형 판결이 나오자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측은 "포기 하지 않고 정의가 이뤄질 수 없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꼼수 공탁 막는 개정안도 발의돼
'기습공탁'에 대한 문제의식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습공탁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진지한 노력의 결과로 공탁이 이뤄졌는가 등을 살펴보도록 규정을 조정하는 등 남용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론 종결 14일 전까지만 형사공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생을 차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초등학생을 차로 친 뒤 인근의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인 0.128%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음주운전과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도주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20년을 구형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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