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오늘 나온다. 3년 5개월간 검찰과 이 회장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던 만큼 선고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이 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5개월여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는데,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전실이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합병을 통해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도 봤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하고, 각종 위법이 동원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 살아있는 경제 권력의 문제는 법원이 최후의 보루로서 바로 잡아줘야 한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며, 합병 이후에도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 주주들도 이득을 봤다고 반박했다. 회계처리 방식도 국제회계기준을 따른 것으로,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은 "사업적으로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합병이었다"며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로 보나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고, 지분을 늘려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면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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