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요즘은 ‘당근’이란 말을 들으면 채소 당근보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먼저 떠올리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만큼 ‘당근’이란 말은 이제 중고 거래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우리 일상에 침투했습니다. 당근마켓을 비롯한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하며 국내 중고 거래 시장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로 2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고 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중고 거래 분쟁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에 따르면 KISA의 ICT분쟁조정지원센터가 지난해 접수한 조정신청 5163건 중 80.9%에 달하는 4177건이 중고 거래 플랫폼 등을 통한 개인 간 거래(C2C)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906건에 그쳤던 2020년과 비교해 무려 4배 넘게 증가한 겁니다.
출처=셔터스톡
플랫폼 별로 보면 당근마켓이 1620건으로 38.8%, 중고나라가 973건으로 23.3%, 973건, 번개장터가 780건으로 18.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 플랫폼을 합치면 C2C 관련 분쟁 전체 80.9% 중 80.8%에 달합니다. 극소수 사례를 제외한 거의 모든 C2C 관련 분쟁이 3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중고 거래는 정제되지 않은 개인 간에 일어나는 거래이다 보니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때로는 몰상식하거나 비상식적인 구매자나 판매자를 만나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하죠. 소위 말하는 ‘중고 거래 빌런’들입니다. 게다가 일반 전자상거래와 달리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맹점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분쟁 사례도 환불 거부입니다. 거래 후 뒤늦게 발견한 하자를 이유로 환불을 요구해도 판매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 겁니다. 이외에도 판매 글에 기재한 물품과 다른 물품을 배송하거나, 배송 중 물품이 손상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품 상태, 거래조건 꼼꼼히 확인하고 가능한 직거래·안전결제 이용해야
ICT분쟁조정지원센터 산하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이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 예방법으로 ▲반품, 환불 등 거래조건 확인 ▲거래 전 물품 상태 확인 ▲직거래 방식의 거래 권고 ▲안전결제 시스템 이용 등을 들고 있습니다.
출처=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일반 전자상거래라면 7일 이내라면 단순 변심이라도 법적으로 환불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중고 거래는 이러한 소비자 보호 법률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환불 의무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판매자가 반품,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거래 전 미리 알렸다면 더욱 환불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고 거래 시에는 반드시 거래 전 이러한 조건을 잘 확인하고, 물품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물품 확인을 위해서 가능한 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직거래를 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거래 대금을 직접 주고받는 대신 제3자에게 예치해뒀다가 정상 거래가 확인된 후 지급하는 형태의 안전거래를 이용해야 혹시 있을지 모를 ‘먹튀’ 사례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페이는 각각 ‘번개페이’, ‘중고나라 페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안전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 당근마켓의 ‘당근페이’는 안전결제가 아닌 단순 송금 기능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소송 대신 분쟁조정 활용하기
예방이 최선이라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도 합니다. 만약 분쟁이 생겼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민사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송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크게 듭니다. 피해액이 소액이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이럴 때 이용할 수 있는 게 바로 분쟁조정제도입니다. 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하면 분쟁조정위원회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당사자 간 합의로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관련 분쟁의 경우 KISA ICT분쟁조정지원센터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을 맡고 있습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홈페이지에 방문하거나 국번없이 118번으로 전화해 분쟁 상담과 조정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분쟁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으므로 피신청인이 조정을 거부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조정이 결렬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해결을 포기하거나 소송으로 끌고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조정이 성립만 되면, 민사소송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신속하게 사건 해결이 가능합니다. KI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분쟁조정을 통한 분쟁 해결에 평균 16일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소송은 1심에만 평균 137일이 소요됐습니다. 게다가 조정은 소송과 달리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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