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홍기훈의 ESG 금융
ESG가 베타에 미치는 영향 Part 9 : 아폴로 병원의 ESG 위험 요인 반영 사례
지난 칼럼에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도출해 낸, 아폴로 병원이 직면한 ESG 위험 요인을 이야기했습니다. 내부수익률과 기준자본비용을 계산하던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아폴로 병원이 주요 인력 유출, 즉, 의사의 이직은 잘 막았지만, 간호사의 이직은 막지 못한 것을 발견합니다. 잘 꾸민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이들의 이직을 돕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이 ESG 위험 요인을 어떻게 아폴로 병원의 가치에 수정 반영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사례는 CFA연구소(CFA Institute)와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가 발행한 보고서 ‘Guidance and Case Studies for ESG Integration Equities and Fixed Income’을 참고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아폴로 병원의 중요 ESG 위험 요인이 높은 간호사 이직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간호사를 교육하려면 전문 프로그램과 많은 실습이 필요하기에 자연스레 교육 비용이 비쌉니다. 이렇게 수고를 들여 교육한 간호사가 다른 병원으로 이직한다면 교육 비용도 비용이지만, 인력이 유출되는 셈이니 아폴로 병원의 전반적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간호사의 이직률을 낮추는 것은 짧은 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아폴로 병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이러한 간호사 이직률의 문제를 아폴로 병원에게 요구되는 기준자본비용 (COE hurdle) 추정에 포함시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이 ESG 위험 요인을 기준자본비용을 추정하는 데 반영할 때, 아폴로 병원의 운영진과 소통을 거쳤습니다. 요인을 더 정확히 분석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요소를 찾아낸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이 분석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임의로 도출한, 현실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것이 됐을 것입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기업 분석 담당자는 아폴로 병원의 운영진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아폴로 병원도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을 위험 요소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폴로 병원의 강력한 상표의 힘이 역량이 우수한 간호사를 채용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도 여기고 있었습니다. 즉, 전문 교육을 한 간호사가 이직하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자질을 갖춘, 또 다른 간호사를 채용할 만큼 아폴로 병원이라는 상표는 매력적이므로,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다는 위험 요소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아폴로 병원은 상표의 힘을 기반으로 뛰어난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이 과정에서 아폴로 병원의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우수 간호사와 이직해 온 우수 간호사들이 모여 이직을 활발하게 하면서 인재를 모으는 선순환 효과까지 나왔다는 것을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기업 분석 담당자는 알게 됩니다.
애초에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만을 ESG 위험 요소로 반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위험을 상쇄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ESG 위험 요소에 이 상쇄 효과를 감안해 기준자본비용을 수정합니다.
지금까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아폴로 병원을 분석할 때, 어떤 ESG 요인을 어떤 기준에 맞춰, 어떤 방법으로 반영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아홉 편의 칼럼을 되돌아보면, 기업 분석에서 ESG 요인을 도출하고 반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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