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그 현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거나 접근이 잘못되었음을 뜻한다.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국내 시장의 독점 구조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꼽고 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중견 3사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견 3사의 입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지,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와 중견 3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의 독점 무대라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년,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자동차 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했으며,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80%를 상회했다. 이는 불과 작년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대표 자동차 제조사 현대자동차의 시장 독점은 십 년 이상 이어진 역사이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제조사의 미흡한 대처와 꾸준히 전해지는 품질 이슈의 원인으로 기형적인 국내 자동차 시장 구조를 꼽기도 한다.
반면, 중견 3사의 입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의 시장 독점 현상에 대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중견 3사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GM, 르노 삼성, 쌍용자동차 등 현대차와 경쟁하며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야 할 중견 기업이 현대자동차를 상회할 만한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시장 전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비교적 상품성도 높고 정비 편의성도 뛰어난 현대자동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판매량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자동차 판매 실적을 보면, 기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내수 판매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작년 4월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은 5만 6,329대, 기아는 5만 1,128대를 판매했지만 한국GM의 판매량은 5,470대에 불과했다. 르노 삼성과 쌍용자동차는 각각 5,466대와 3,318대를 판매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4월 국내 판매량은 1만 3,890대로, 중견 3사의 판매량을 합친 것과 동일하다.
중견 3사의 판매량을 다 합쳐도 일반 대중 브랜드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량에 겨우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견 3사는 미약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점점 하락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중견 3사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5%였지만 2021년 현재는 12% 수준으로 반 이상 떨어졌다.
시장에서 모기업 브랜드가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중견 3사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선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현대자동차의 위상이다.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내 자동차 기업으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조사의 차량이 모국인 대한민국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 밝힌 것처럼 자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상당하고, 국내 제품에 대한 시장 선호도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미국차가, 일본에선 일본차가 잘 팔리는 것처럼 한국에선 한국차, 즉, 현대차가 잘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중견 3사의 상품성이
현대차보다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부진한 상품이 있겠다. 모델 별 신차 사이클이 돌아가며 분기마다 새로운 신차를 선보이는 현대차와 달리, 중견 3사의 신차 사이클은 현대차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이 소비자의 인식이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중견 3사의 부진한 성적에 대한 원인으로 중견 3사의 상품성이 현대차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상품성의 범주에는 차량의 외관이나 편의 및 안전 기능, 파워트레인 성능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 즉, 정비 편의성이나 부품 수급 등도 포함된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바탕으로 블루핸즈, 오토큐 등의 정비망을 구축해놓은 현대차에 비해 중견 3사의 정비 편의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밖에 감가, 소비자 인식 등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그밖에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첫 번째로 감가 문제이다. 차량의 감가는 색상에 따라 달라질 만큼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높은 시장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정비 편의성이나 부품 수급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국내 수요가 보장되어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중견 3사에 비해 중고차 방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차량 관련 이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으며, 차량을 구입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감가 혹은 디자인, 시선을 사로잡는 편의 기능이다.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던 엔진 오일 감소 문제 같은 큰 이슈를 모르는 경우도 상당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고, 신차 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현대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상당한 것이다.
중견 3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네티즌 반응
중견 3사의 부진한 성적과 현대자동차의 국내 시장 독점 현상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먼저 중견 3사의 시장 점유율이 12%까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선 “한국GM과 르노, 쌍용자동차는 제발 분발 좀 해라”, “르쌍쉐야 힘 좀 내봐라” 등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대차에 비해 저조한 상품성을 보인다는 인식에 대해선 “고객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상품성이 좋아질 수 있나”, “옵션도 부족하고 수리비도 비싸다”, “중견 3사를 응원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어서 현대차를 살 수밖에 없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경쟁 없는 시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만큼 한 기업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시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같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는 분명히 문제가 된다. 경쟁 없는 시장은 발전이 없으며, 발전 없는 시장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견 3사들은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 입지가 낮아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타개할 만한 적극적인 시장 전략이나 새로운 신차 출시에 있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견 3사의 견제가 절실하다. 모쪼록 중견 3사가 현대차를 잘 견제하여 경쟁을 통해 선순환이 이뤄지는 건강한 구조의 자동차 시장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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