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장은 아직 전기차 시장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충전 속도가 빠르며 무거운 배터리 팩을 탑재하지 않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싼 차량 가격 및 수리비는 치명적인 단점이자 전기차를 이길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생산 대수가 적어 희귀한 모델일수록 수리비 문제가 커지는데, 최근 현대차 투싼 수소차 소유주가 신차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수리 견적을 받아 화제다.
수소차 시장 태동기에 구매 7년 동안 문제 없이 탔지만..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독일 사업가 틸 웨스트버그(Til Westberg)는 본인 소유의 iX35 FCEV(국내명 투싼 ix 퓨얼 셀)를 서비스센터에 맡겼다가 무려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청구받았다. 신기술과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그는 수소차 시장 태동기였던 2016년 iX35 FCEV를 5만 200유로(약 7,331만 원)에 구매했다.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일지라도 당시에는 수소차 충전소가 드물었기에 웨스트버그는 충전을 위해 매번 114km 거리의 충전소까지 이동해야 했다. 이러한 불편에도 그는 수소전기차 특유의 빠른 가속 반응과 정숙성, 450~500km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에 만족하며 7년 동안 8만 4천km를 문제 없이 운행했다.
수리 견적 1억 5천만 원 “차라리 차를 회수해라”
하지만 최근 차량 전원을 켤 때마다 계기판 경고 메시지와 함께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연료 전지 부품 수명이 다했다는 점검 결과가 나왔고 해당 부품의 보증 기간 5년이 지난 만큼 차주가 수리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리 견적은 무려 10만 3,764.17유로(약 1억 5,154만 원)에 달했다. 이는 신차 가격의 두 배를 넘기는 것은 물론이며 포르쉐 카이엔의 독일 판매 가격보다 비싼 비용이다.
난감해진 웨스트버그는 현대차에 차라리 차량을 회수할 것을 요구했다.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빌트(AutoBild)가 직접 현대차에 문의한 결과 해당 모델의 희소성으로 인해 높은 수리 견적이 발생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양산형 수소전기차로는 세계 최초인 iX35 FCEV는 약 1,000대 정도만 생산돼 예비 부품을 찾기 힘들며 생산 과정에서 고가의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토요타 대응과 대조 현대차 측 입장은?
현지 자동차 전문가인 비르기트 셰팟(Birgit Scheppat) 라인-마인 응용과학대학 교수는 “현재 수소차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7년 전 출시된 iX35 FCEV의 부품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런 모델은 문제 발생 시 제조사가 차량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토요타의 경우 자사 수소전기차 미라이(Mirai)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피해 경감 차원에서 차량 매입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 측은 아우토빌트에 “높은 수리비를 인지하고 있으며 고객 부담을 덜어줄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2000년에 싼타페 기반 수소전기차를 최초 개발했다. 이후 2004년 핵심 부품을 국산화한 투싼 1세대 수소전기차를 선보였고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양산 수소전기차 투싼 iX35 FCEV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관공서 위주로 보급됐으며, 해외에서는 리스 방식으로 소량만 판매됐다. 판매 가격은 국내 기준 1억 5천 원으로 보조금 적용 시 8천만 원대 후반에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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