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된 기아 레이 EV는 초소형 차급을 제외한 승용 전기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이다. 4인승 승용 기준 라이트 트림 2,775만 원부터 시작하며 국고 보조금, 지자체 보조금을 합하면 서울시 기준 2천만 원 극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춤과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모델에 없던 고급 사양을 탑재해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인 편이다. 특히 경차 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레이의 출력 갈증을 넉넉한 성능의 전기 모터가 완전히 해소해 호평이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급속 충전기의 충전 불능 현상으로 차주들이 불편을 겪은 사례가 다수 전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충전 주의 안내문 띄운 환경부 급속 충전기 342대 작동 불가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통해 ‘기아 레이 EV 충전 주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환경부는 안내문에서 “2023년형 기아 레이 EV가 특정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충전이 안 될 수 있으니 인근 타 기기 사용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안내문에 첨부된 엑셀 파일에 따르면 신형 레이 EV의 충전이 안 되는 충전기가 전국적으로 총 342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국내 최대 규모 충전기 제조사인 대영채비가 설치한 것으로 200kW 출력의 양팔형 충전기 332기, 100kW 출력의 단독형 충전기 10기로 확인된다. 해당 충전기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제주, 인천 지역에 다수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나 전기차도 유사 증상 충전 중단되는 이유는?
그럼 레이 EV가 해당 충전기의 사용이 불가능한 이유는 뭘까? 레이 EV는 충전기와의 전압 차이가 20V 이상일 경우 충전 제어기(VCMS) 릴레이를 보호하고자 작동을 중단하는 장치가 적용되어 있다. 따라서 충전기 출력이 과도하게 높으면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손상 예방 차원에서 충전 제어기가 충전을 중단한다.
앞서 현대차가 출시한 2023년형 코나 일렉트릭도 지난 8월 유사한 현상이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2023년형 코나 일렉트릭 중에서도 스탠다드 모델이 이에 해당하는데, 배터리 잔량이 30% 수준에서 충전할 경우 충전이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역시 앞서 언급한 대영채비 급속 충전기 342대로 나타났다.
매뉴얼과 동떨어진 현실 충전기 걸러가며 사용해야
앞서 기아는 신형 레이 EV 출시 당시 배포한 사용 설명서 요약본을 통해 충전기별 충전 시간을 소개한 바 있다. 완속 충전은 물론 50~350kW 급속 및 초급속 충전기의 충전 시간도 언급되어 있다. 내용에 따르면 150kW급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4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해당 설명서에는 “충전기가 노후됐거나 작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안전을 위해 충전이 중단될 수 있다”라며 정상 작동하는 다른 충전기로 충전을 재시도할 것을 안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전국 각지의 충전기 노후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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