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거대 그룹을 만드는데 주축적인 역할을 맡았던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 자동차 마니아로도 유명했다. 그는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1억 원 이상의 고가 자동차를 124대나 가지고 있었으며, 직접 레이싱 서킷을 만들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심지어 직접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자체 개발 능력이 없었던 삼성 그룹은 경영난에 빠져 있던 닛산과 손을 잡았고, 1998년 첫 양산 차량인 ‘SM5’를 출시하게 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SM5는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당시 양산 차량 이외에도 비밀스럽게 만든 SM5가 있다고 한다.
휠베이스 늘린 SM 530L VQ30DE 엔진 적용했다
SM 530L은 삼성자동차에서 SM 525V를 기반으로 만든 특별 제작 리무진이다. SM 525V의 전장이 4,845mm이었던 반면 SM 530L은 4,945mm로 5M에 달하는 차체를 자랑한다. 특히 휠베이스를 늘렸기 때문에 일반 SM 525V 대비 한층 쾌적한 2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엔진 역시 SM 525V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 SM 525V가 2,495cc의 173마력 VQ25DE 엔진을 얹은 반면, SM 530L은 500cc 증가한 VQ30DE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90마력을 냈다. 그 외 가속 성능 등 정확한 제원은 대량 생산 차량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호화로운 뒷좌석 공간 휠 디자인도 차별화해
SM 530L의 하이라이트는 뒷좌석에 있다. 뒷좌석 암레스트에 일부 리모콘 사양만 추가된 SM 525V와 달리 뒷좌석을 위한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었고, 2열 가운데에는 양쪽 좌석을 분리하는 센터 터널이 추가되었다. 또한 뒷좌석을 위한 전용 커튼도 있다.
휠 디자인 역시 SM 525V와 차별화했다. 일반 SM 525V가 마차 바퀴 형상의 다이아몬드 컷팅 휠을 적용한 반면, SM 530L은 5 스포크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을 적용했다. 이 휠의 디자인은 SM 530L을 제외한 다른 차량에 적용되지 않았다.
단 10대만 소량 생산했다 부산 공장에도 한 대 있어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M 530L은 단 10대만 생산되었다. 이 차는 당시 그룹의 임원진들에게만 판매되었는데, 대당 판매가는 무려 1억 8,0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 SM 530L은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 측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된 10대 중 몇 대가 남아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 위치한 갤러리에서도 SM530L을 한 대 보유하고 있다. 이 차량은 부산공장에서 당시 VIP 의전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공장 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었지만, 최근 부산공장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현재는 갤러리 출입이 불가한 상태이다. 따라서 부산에 있던 SM 530L의 행방 역시 묘연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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