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매우 높다. 한국에서 한국차의 점유율이 높은 거는 당연하다 보니 그럴 수는 있다. 다만 국산차 브랜드에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셋을 합한 점유율은 12%다. 여기에 수입차까지 더하면 르쌍쉐의 점유율은 10.3%로 더 내려간다.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 공화국이라고 불리며, 양극화가 심하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2019년부터 연간
국산차 판매량 살펴보기
2019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9년에는 현대차 65만 8,408대, 기아 51만 9,806대, 쌍용차는 10만 7,829대, 르노삼성 8만 6,859대, 쉐보레 7만 6,447대, 제네시스 5만 6,801대를 기록했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도 10만 대 이상 판매했으며, 르노삼성과 쉐보레도 나름 선방했다. 제네시스는 당시 SUV 모델들이 출시되기 전이였으며, 메인 모델이었던 G80도 2세대 끝물 모델이었던 시기여서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82%, 르쌍쉐가 18%였다.
2020년 국산차 판매량은 현대차 65만 7,296대, 기아 55만 1,739대, 제네시스 10만 8,369대, 르노삼성 9만 5,899대, 쌍용차 8만 7,889대, 쉐보레 8만 2,954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판매량이 2배가량 증가했는데, 신차 GV80과 G80 풀체인지, G70 페이스리프트 등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GV70는 2020년 연말에 출시되어서 이때에는 크게 영향력을 못 미쳤다. 그 외 기아도 4만 대가 증가했다.
반면 쌍용차는 판매량이 2만 대가량 감소했고, 르노삼성과 쉐보레가 각각 1만여 대, 5천여 대 가량 증가했지만 현대차그룹의 판매량 증가가 더 많아 르쌍쉐의 점유율은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83.1%, 르쌍쉐의 점유율은 16.9%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르쌍쉐의 점유율은 15%는 넘겼다.
올해는 데이터가 나온 10월까지 총 판매량으로 살펴봤다. 현대차는 46만 7,709대, 기아 44만 573대, 제네시스 11만 2,128대, 쉐보레 4만 9,155대, 르노삼성 4만 7,805데. 쌍용차 4만 4,276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떨어졌다.
하지만 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더 높아지고 르쌍쉐는 더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87.9%으로 90%에 가까워지고, 르쌍쉐는 12.1%로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예전부터 현대차그룹의 국내 시장을 장악했지만 요즘에는 점유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판매량 자체는 매년 증감을 반복하지만 현대차그룹 쏠림 현상이 이전보다 더 심해져서 르쌍쉐의 판매량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짧은 기간 동안 2배 이상 성장한 것도 현대차그룹 점유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예전에는 점유율이 3~4%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0% 가까이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국산차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다양한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 주기가 짧은 편이다. 물론 모하비처럼 십 년 넘게 풀체인지 하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풀체인지 후 2~3년이 지나면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고, 5~6년 정도 지나면 다음 세대로 풀체인지를 진행하는 편이다.
거기다가 현대차그룹은 꽤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SUV의 경우 경형부터 준대형까지 다양하다. 세단은 소형차가 소형 SUV로 대체되었지만 그래도 준중형, 중형, 준대형, 대형(기아)까지 라인업이 다양하다. 제네시스의 경우 브랜드 론칭한지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선택지가 많으니 소비자들은 현대차그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르쌍쉐가 전체적으로
잘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견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르쌍쉐가 전체적으로 잘 못하고 있는 점도 있다. 예전에는 브랜드당 점유율이 대략 8% 정도, 르쌍쉐 합치면 20% 이상을 기록한 적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셋이 합쳐도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우선 새로운 라인업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 3년간 출시한 신차를 살펴보면 르노삼성은 XM3,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 정도뿐이다. 물론 르노삼성에 조에, 캡처, 쉐보레에 트래버스, 콜로라도도 출시하긴 했지만 이들은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이라 새로운 라인업이긴 해도 판매량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쌍용차는 코란도 풀체인지, 티볼리,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페이스리프트만 진행했을 뿐 새로운 라인업이 없었다. 티볼리 에어는 이전에 단종시킨 것을 페이스리프트 거친 후 부활한 것이다.
옵션과 가격 책정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현대차그룹의 수요를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그보다 경쟁력이 높아야 하는데, 현재 시판되는 차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SM6의 경우 전체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점은 좋았는데, 최하위 트림에서 17인치 휠 옵션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처럼 내비게이션 패키지만 최하위 트림에 추가해 줬어도 극강의 가성비 중형차(기본 트림에 내비게이션 패키지 선택해도 2,500만 원이 안 된다)로 거듭났을 수도 있다.
렉스턴의 경우 기존에는 옵션이 비교적 부족했어도 팰리세이드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시작 가격이 팰리세이드와 비슷해진 반면, 옵션은 여전히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가격 책정과 기본 옵션 사양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기본 LS 트림에서 선택 품목이 하나뿐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차를 잘 내놓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은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MPV 모델인 에스파스를 출시를 요구해 검토까지 했지만 무산되었다. 쉐보레와 쌍용차의 경우 패밀리카 수요가 많은 중형 SUV 라인업이 없다. 쉐보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블레이저는 출시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망작이라고 불렸던 이쿼녹스 페이스리프트 출시를 고려하고 있으며, 쌍용차는 일단 J100을 개발 중이긴 한데 언제 나올지는 아직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기아차 사는 게
무난하다는 인식
인식도 중요하다. 주변에 국산차를 산다고 하면 어떤 걸 살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아마 대부분이 현대차 혹은 기아 차량 이름이 나올 것이다. 쉐보레도 있고, 르노삼성도 있고, 쌍용차도 있는데 왜 현대차 아니면 기아냐라고 되물어보면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서"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현대차가 그동안 결함이 많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국산차 대표 브랜드는 현대차, 기아로 인식되고 있다 보니 이쪽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그 말인즉슨 현대차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르쌍쉐를 선택한다고 해서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르쌍쉐의 모델과 현대차, 기아 차량을 비교하다 보면 결국은 여러 부분에서 현대차, 기아 차량이 더 낫다는 판단이 나오게 되며,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AS가 가장 원활하다.
이러한 인식이 결국 현대차, 기아로 수요를 끌어들이게 되며, 양극화 현상을 더욱 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아마 몇 년이 지나도 르쌍쉐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없는 한 점유율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나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독식은
모두에게 피해 줄 수 있어
경쟁을 위해 르쌍쉐가 분발해야...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대차그룹의 독식 구조는 산업계나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 판매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건전한 경쟁이 담보되지 않으면 소비자 선택지가 줄어들고 각 업체들이 상품성 개선 및 가격 경쟁 의지가 흐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의 발전보다도 르쌍쉐가 현대차를 어느 정도 잘 견제해 줄 수 있도록 분발해 경쟁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르쌍쉐의 상황을 보면 발전 가능성이 너무 낮아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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