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9월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아프간 사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군 통수권자인 미 대통령에게 타격이 되는 발언을 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의 ‘소신 행동’이 화제입니다.
◇밀리 미 합참의장, 바이든 대통령 발언 정면 반박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을 “전략적 실패”라며 “백악관에 미군을 남기라고 조언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철군 과정을 “놀라운 성공”이라고 정당화했던 조 바이든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는 발언이었지요.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어떤 군 참모도 (아프간) 병력 주둔의 필요성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셈입니다.
밀리 의장은 2년 전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한 뒤 벌인 성경 ‘포토 쇼’에 들러리를 섰다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했습니다. 군을 들러리로 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지요.
2019년10월 백악관 소속 알렉산더 빈드먼 미 육군 중령이 휘장을 단 정복 차림으로 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통수권자에 대한 현직 미 합참의장의 ‘직격탄’이 화제가 되면서 두 사람의 미군 장성·영관장교가 다시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소환’됐습니다. 우선 지난 2019년10월 의회 출석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백악관 지시에도 불구하고 정복을 입고 미 의회의 트럼프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알렉산더 빈드먼 미 육군 중령이 꼽힙니다. 빈드먼 중령은 당시 미 의회에 출석,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간의 통화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의회 청문회 선 미 육군 중령, “우리는 특정 정파 아닌 국가에 봉사”
그는 미 의원이 “빈드먼씨!”라고 호칭하자 “빈드먼 중령으로 불러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는 “오늘 내가 입은 것은 미 육군 제복입니다. 우리는 특정 정파가 아닌 국가에 봉사합니다”라고 했다는군요. 당연한 얘기지만 멋진 표현 아닙니까?
또 한사람은 1970년대 대통령에 맞서 파문을 일으켰던 존 싱글러브 전 주한미군 참모장(예비역 육군소장)입니다. 1977년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군 정책에 대해 싱글러브 주한미군 참모장은 언론에 공개적으로 카터 대통령의 철군정책을 반대하고 나섰었지요. 이 때문에 그는 워싱턴으로 소환돼 강제 전역 조치됐습니다.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군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가 해임, 전역조치됐던 싱글러브 전 주한미군 참모장. /조선일보 DB
그는 그해 5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년 이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계획은 전쟁의 길로 유도하는 오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며칠 뒤 백악관에 호출돼 발언 경위를 추궁당했지만 대통령과 면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2~3년 전의 낡은 정보에 근거해 취해진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하지요. 싱글러브 장군은 그의 강제 전역을 아쉬워하는 한국 지인들에게 “내 별 몇 개를 수백만 명의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그 이상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하는군요.
◇노태우 대통령 역점정책 면전서 비판했던 ‘민따로’ 장군
적지 않은 분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싱글러브 처럼 통수권자에게도 직언과 쓴소리를 하는 장군, 수뇌부가 없느냐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분들이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30여년 전의 민병돈 전 육사교장(육사 15기)이 있습니다. 그는 1989년 3월 육사교장 시절 육사 졸업식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이던 북방정책 등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졸업식에 참석한 노 대통령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이며,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조차 흐려지기도 하며, 적성국과 우방국이 어느 나라인지도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매우 해괴하고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면전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역점 정책을 비판한 것이지요.
1989년 육사 졸업식에서 노태우 대통령(사진 왼쪽)의 북방정책 및 대북 유화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민병돈 전 육사교장(사진 오른쪽). /조선일보 DB
큰 파문이 일었고 민 장군은 스스로 사의를 표한 뒤 전역했습니다. 민 장군은 소신껏 행동하고 사서 고생한다는 뜻에서 ‘민따로’라는 별명으로 불린 분입니다. 그는 당시 권력 핵심그룹이었던 ‘하나회’ 멤버였지만 그 안에서도 따로 행동했습니다. 1987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4·13 호헌조치를 취한 후 민주화 시위가 크게 확산되자 전 대통령은 당시 특전사령관을 맡고 있던 민 장군에게 군 출동을 명령할 것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민 사령관은 단호하게 반대했고, 이에 전 대통령은 “특전사령관이 안 된다면 할 수 없지”라고 의지를 꺾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계엄령 지시 거부한 ‘참군인’ 이종찬 장군
1950년대엔 이종찬 전 육군참모총장이 ‘참군인’으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1951년 이승만 대통령의 직선제 개헌을 위한 ‘부산 정치파동’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이 장군은 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지시를 거부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른바 ‘발췌 개헌’이라 불리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통해 재선을 시도했는데, 이에 대한 야당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장군은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육군 훈령 제217호’를 내려 계엄령을 거부했지요. 그는 국방장관이 육군본부측에 내렸던 파병 명령도 거부했고, 결국 참모총장 재임 13개월만에 해임됐습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 군에서 군의 존재 가치와 자존심, 원칙을 지키려는 수뇌부, 제2의 이종찬·민병돈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와 비판들이 나옵니다. 비단 현정부의 군 수뇌부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최근 밀리 미 합참의장 사례를 보면서 이런 아쉬움이 더 커지는 것이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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