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가 2021년10월 ‘서울 ADEX 2021’에서 공개한 메타버스 훈련체계. VR(증강현실) 시현용 고글과 VR 장갑을 착용한 뒤 사이버 공간에 접속하면 KF-21 한국형 전투기 등 각종 항공기가 3D 실물 크기로 재현된다 /KAI
◇ 국방 메타버스 세미나도 처음으로 개최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군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실기동,실탄사격 훈련을 하지 않고도 실제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요.
지난 5일 용산 육군회관에선 한국국방기술학회 주최로 ‘국방 메타버스, 그 가능성과 미래’라는 세미나가 열렸는데요, 국방 메타버스 관련해선 사실상 처음으로 열린 공개 세미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제안들도 제시됐는데요, 이주경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연구원은 지휘통제실과 시설물 관리, 원격 폭발물 처리(EOD), 입대 전 장병 교육 등 다양한 국방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11월 용산 육군회관에서 한국국방기술학회 주최로 열린 국방 메타버스 세미나 모습. /한국국방기술학회
이 연구원은 메타버스상 ‘인공지능(AI) 참모’ 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하고 복잡한 전장정보를 분석해 현장 지휘관에게 최적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입대 전 장병들의 경우 메타버스에 마련된 일종의 ‘가상 육군훈련소’에서 전투복, 전투화 착용 요령, 생활관 관물대 정리 요령 등은 물론 사격이나 화생방, 수류탄 각개전투 등 체험식 교육도 가능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메타버스로 KF-21 ‘보라매’ 훈련.정비도
이상수 공군 대령(공군대학 전략·전력학처장)은 “평시 훈련시 전시 상황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메타버스 활용시 평시와 전시를 연결해 전력 운영·유지 효과를 증진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장은 “이제 우리 군 안팎에서도 메타버스 기술과 개념을 다양한 군사 임무 수행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조속히 적용해야 한다”며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안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ADEX 2021′ 전시회에서도 VR(가상현실)과 고글 등을 활용한 메타버스 군 교육훈련 시스템을 여러 업체들이 선보여 관심을 끌었습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메타버스 체험존’을 통해 다양한 미래형 훈련체계 체험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저도 현장에서 직접 체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2021년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 & 블록체인 서울'에서 한컴프론티스 직원이 메타버스 군사훈련 체계인 트레드밀 VR 시뮬레이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VR 시현용 고글과 VR장갑을 착용한 후 사이버 공간에 접속하면 KF-21 한국형 전투기, LAH(소형 무장헬기), 차세대 중형 위성, 수직이착륙 무인기(VTOL) 등 KAI에서 개발하고 있는 항공기나 위성이 3D 실물 크기로 구현되는데요, 단순히 보는 것뿐 아니라 VR장갑을 통해 가상의 형상을 직접 만질 수도 있었습니다.
◇ 육군, 게임 기반 군사훈련 온라인 플랫폼 개발키로
정비훈련 버전으로 접속한 관람객은 KF-21 비행제어계통 부품을 갈아끼우며 진짜 정비사가 된 것처럼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FA-50 경공격기 등에 대한 비행조종 훈련도 메타버스로 가능하다고 합니다.
ICT 전문그룹으로 최근 국방사업에 본격 진출한 한컴(한글과컴퓨터)그룹도 다양한 메타버스 교육훈련 체계를 전시했는데요, 한컴프론티스는 VR기술과 고글을 활용한 공군 전투기 및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 비행훈련(VBS4 ITS 항공 버전), 사격 전술훈련 시뮬레이션 등을 공개했습니다.
군 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육군은 최근 오는 2030년대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장병 훈련 체계에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을 적용해 장병들에게 실전과 같은 경험과 지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는데요,
◇ 실사격.실기동 훈련 축소로 메타버스 훈련 중요성 커질 듯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게임, 가상 촉각 기술(햅틱), 빅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5G) 등의 기술을 병사들의 실기동훈련, 제대별 지휘관 및 작전참모들의 지휘 연습 등에 점진적으로 융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육군은 우선 VR 속의 군사훈련을 보다 현실감 있게 실시하기 위해 ‘게임 기반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각종 민원 때문에 육군 기계화·포병 부대를 비롯, 각종 부대의 실사격, 야외기동 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2018년 이후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치적인 이유로, 지난해 이후엔 코로나 때문에 실사격, 야외기동 훈련이 더욱 제한돼 왔습니다.
메타버스는 이런 어려움을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아직 메타버스가 실사격·실기동 훈련을 대체하기엔 부족한 점들이 상당히 많고, 완전히 이들 훈련을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장점을 활용해 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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