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지난해 12월 23일. 일본인 기자 3명과 송년회를 가졌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을 구속한다는 법원의 공지였다. 일본 역시 이태원 참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터라 우리 4명은 분주히 움직였다.
바쁘게 기사를 쓰던 기자와 달리 일본 기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 쓰기를 주저했다. 법원 공지에 구속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만 적혀 있을 뿐 어떠한 범죄가 의심되는지, 즉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법원이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대상으로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이란 행위를 하는데, 즉 국가권력이 시민의 인권을 억제하는데, 그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간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를 보면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라며 각 호로서 '주거불안정'과 '증거인멸', '도주우려' 총 3가지를 열거한다. 즉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따진 다음, 각 호를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프랑스대혁명으로 성립된 시민사회의 기본원칙은 천부인권이다. 신분제가 타파됐고 노동력이 생산수단과 분리되며 이중적 자유가 생겨났다. 개인의 인권을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이 세계사를 견인한 셈이다.
국가권력 역시 이 원칙에서 피할 수 없다. 현실에서 국가권력이 공익을 위해 인권의 일부를 제한한다손 치더라도, 인권을 제한하기 위해선 이데올로기로써 시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구속사유를 언론에 공지 해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법원은 피의자 구속영장청구 심사 결과에서 혐의를 밝히지 않는 이유를 피의사실공표 금지원칙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법원의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미 증거인멸 등 구속사유 일부까지 언론에 공지하며 피의자를 구속시키는 마당에 혐의 공개에 대해서는 피의사실공표금지 원칙 뒤에 숨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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