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과거에 발의 됐던 ‘요인 경호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 피습 당시 부산 현장에선 41명의 경찰 인력이 깔렸지만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를 때까지 지근거리에서 막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는 경호 대상 아냐”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재명 피습 당시 배치된 경찰들은 '경호' 전담 인력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치된 경찰들은 당시 안전 관리 및 질서 유지에 중점을 뒀다. 경찰청 훈령인 요인 보호 규칙에 따르면 평시 경호 대상은 대통령과 가족,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 4부 요인과 대선 후보 등이다.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당시 공식 선거 유세 일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피습을 막지 못한 경찰에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야당 대표는 평상시에도 경찰이 항상 경호를 한다는 등의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직접 경호대상이 되지 않는 정당인이나 각 기관 고위 관료들은 피습 사태가 잇따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6년 5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참가했다가 지충호씨에게 커터칼로 얼굴에 상해를 입기도 했다. 지난 2022년 3·9 대선 당시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해 유세하던 중 유튜버인 표모씨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다시 떠오른 '요인 경호법'
정치인 상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당인 경호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피습 이후엔 당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요인 경호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자로 선출된 자를 국내 경호 대상자로 지정하고, 정당의 요청이 있는 중요 정치인에 대해 경찰이 경호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당시 국회에서 심의되던 중 정부와 여야 간 의견차이로 임기를 넘겨 폐기됐다.
오 교수는 "요인 경호법이 발의돼 시행된다면 형평성 문제로 거대 여당뿐 아니라 군소 정당 대표까지 경호를 해줘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 경찰 인력도 모자란 상황에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광범위하게 경호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또한 "국가가 주요 정당인을 경호토록 하는 법안은 중요 정치인의 범위도 모호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찰이 밀착 경호한다고 해서 대중을 만나야 하는 정치인의 위험이 제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 정보관이 사전에 위험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찰이 온라인 또는 각종 사회단체에서 극단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사전에 테러 위협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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