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까지 재판·수사 부적절, 피선거권 보장 의견 상존 사표 수리 전 출마도 논란...황운하 의원 소송 때 길 열어준 대법원
[파이낸셜뉴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11일)을 앞두고 사표를 던지는 현직 판사와 검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직전까지 재판·수사를 하던 판·검사가 총선으로 직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피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에 상존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상범(45·사법연수원 34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최근 수리하고 이날 의원면직 처리하기로 했다.
공직선거법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의 경우 선거 90일 전에 퇴직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4월 예정된 22대 총선의 경우 이달 11일이 퇴직 시한이다. 전 부장판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현(52·30기)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도 사표를 냈고 이달 11일자로 퇴직한다. 법원 안팎에서는 심 부장판사도 광주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판사는 12월 중순께 대법원에 퇴직 의사를 밝히고 2월 법관 정기 인사에 맞춰 사직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법관의 경우 사직서가 90일 전에 수리돼야 해서 조기에 따로 수리되는 경우가 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이수진 의원(전 수원지법 부장판사)·최기상 의원(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광주지법 부장판사)이 선거에 맞춰 사직한 뒤 출마했다.
앞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현직 검사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직한 판·검사는 5명이다. 아직까지 총선과 연관성 드러나지 않은 사직 사례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직전까지 재판·수사를 하던 판검사가 총선으로 직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따로 입법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총선에 나갈 것으로 알려진 일부 법조인의 경우 재판을 받고 있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성윤 연구위원은 2019년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긴 했으나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신성식 연구위원 또한 지난해 1월 ’검언유착 의혹의 녹취록 오보‘ 사건 때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국가공무원법은 제78조의 4에서 ‘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나 조사·수사 중일 때, 소속의 장관 등은 퇴직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대통령 훈령인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훈령의 목적은 재직 중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회피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1대 총선에 현직 경찰 신분으로 출마해 당선한 황운하 의원의 당선무효 소송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53조 4항을 근거로 공무원이 사직서를 냈다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 등록에 나아가 정당 가입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현직도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 조항은 공무원의 입후보에 관해 “소속 기관장 또는 소속 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황 의원도 총선에 나가 당선됐고, 경찰청은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경찰 공무원 신분을 회복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로 조건부 의원면직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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