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윤 평론가
어제,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다른 시선을 가진 두 건의 신문 기사를 접했다. 영화 '건국전쟁'을 뉴욕에서 상영했는데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와 '건국전쟁'을 폄하하며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승만 대통령을 국민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라고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어떤 칼럼니스트의 글이 담긴 기사였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 어떻게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시선의 기사가 나는지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칼럼이라는 형태로 실린 그 기사는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어떤 한 인물을 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먼저, 그 칼럼에서 글을 쓴 학생은 이승만 대통령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독재자로 하기로 했다는 근거를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교과서는 그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일치시킨 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반만년 역사에서 발췌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 합의를 누가 했는지, 교과서의 집필진이 했는지, 교과서의 집필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을 만든 행정가들이 했는지 말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단독후보였기 때문에 부정선거로 당선되지 않았을뿐더러, 4・19 당시에도 시위에 참여한 군중들의 외침은 '이승만 물러나라.' 보다는 '선거를 다시 하자.'였다.
그래서 선거를 다시 치르도록 지시했으며,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이승만의 발표를 듣고, 왜 대통령이 물러나느냐며 시위에 참여한 군중들 마저도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을 국민의 손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라고 하기로 했다는 사회적 합의는 대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묻고 싶다.
다음으로, 역사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역사교육은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교과서의 내용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일치시킨 것이고 사회적 합의라고 하면서 시험 범위를 알려주며 암기를 시키는 방법의 역사교육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했다. 현행 교과서를 신뢰하자는 건지, 교과서 내용대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현행 교과서는 이승만을 3・15 부정선거의 원흉이며, 그 부정선거로 인해 국민들에 의해 끌어내려진 대통령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교과서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며 암기시키는 방식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이해가 쉽게 잘되지 않는다.
이승만 대통령을 국민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라고 하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해서 교과서에 실은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건지, 그 내용을 그대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의 이해력이 부족한 것 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편, 그렇게 주장하던 칼럼니스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왜곡한 역사를 무기 삼아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할 때, 올바른 역사의식은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방패이니, 역사교육만이라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때라는 주장도 했다.
이는 극심하게 좌편향된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현재의 역사교육을 바로잡자는 말로 들린다. 이해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참으로 난해한 칼럼이다.
어쨌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요지는 이러하다. 역사교육은 분명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해 교육 내용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1960년 3월 15일에 행해진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부끄러운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단독후보였다는 사실을, 러닝메이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뽑는 선거였고 부통령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자는 말이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가르치지 않으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에 책임을 지고 재선거를 지시하며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인해 당선된 것으로 오해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실에 기반하여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부터 철저하게 검증하여 객관적으로 서술되어야 한다.
현행 역사 교과서의 서술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끈 지도자의 공(功)은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거나 외면하고 과(過)는 오히려 과장하여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선사시대부터 6・25까지의 긴 역사를 5학년 2학기 단 48차시 만에 배워야하고, 그 이후의 근현대사를 6학년 1학기 불과 54차시 만에 배워야 하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역사 부분은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감추고 축소하여 서술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
3・15 선거가 부통령 선거에 한해 부정선거였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것이 그 실제 예이다. 그러다보니 다큐멘터리인 '건국전쟁'을 보고 교과서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다. 설마 그 정도로 심각하겠냐는 마음이 들어 믿어지지 않는가?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사회 교과서를 열어서 읽어보시라. 모르긴 몰라도 정말 깜짝 놀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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