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배경동 기자 = 중국 당국이 다음 달 열릴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정책 비판 의견에 대해 입막음에 나섰다.
중국의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기율위)는 당원들에게 정책 비판을 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고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기율위의 경고는 9천여만 명의 공산당원을 겨냥했지만, 사실상 14억 중국 인민 전체를 대상으로 엄명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경제 상황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면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중전회를 앞두고 이러한 경고를 내린 것은 중국 공산당 결정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도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이는 중국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중전회의 구체적인 개최일은 아직 비공개 상태다. 다만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4월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주재로 7월 개최를 결정한 바 있다.
3중전회는 5년 주기 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사이에 7차례 열리는 전체회의 가운데 세 번째로 열리는 회의로, 해당 주기의 중요한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다.
원래는 20차 당 대회 개최 다음 해인 작년 10∼11월에 열려야 했으나 중국 안팎의 복잡한 사정으로 미뤄졌다.
외교가에서는 이러한 징계성 메시지가 3중전회를 앞두고 나온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에 열렸어야 할 3중전회가 지연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주도하는 당 지도부의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한 내부 반발이 큰지 여부가 관심사다.
특히 이번 기율위의 경고는 중국 당국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신화통신은 이번 3중전회의 주요 의제가 전면적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 확대,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구축 등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중국은 ▲부동산 장기 침체 ▲청년 실업률 ▲지방부채 ▲수출 부진 등 내부 문제를 비롯해 ▲미·중 관계 악화 ▲유럽연합(EU)과의 '관세전쟁'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외부 문제로 인해 향후 경제 정책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부 반발도 큰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공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런 경고가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 기율위는 최근 특별 보고서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결정에 반대되는 공개 발언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며, 당 주요 정책에 대한 무책임한 의견과 당원 결속을 훼손하는 공개 댓글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결정한 정책에 대해 모든 당원이 수긍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내 선거로 지도부를 선출하고 정책이 결정되면 당 조직과 당원이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사회주의 조직 이론이자 중국 공산당이 강조하는 민주집중제와 일치한다.
중국 지도부가 가지고 있는 위기의식은 지난 12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기율위가 발표한 특별보고서에도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는 "중국 내부의 기강 확립이 필요하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 중앙위원회의 결정에 반하는 어떠한 공개적인 비방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경고가 포함돼 있다. 또한 "당의 주요 정책을 무책임하게 논의하고 사상을 혼란시키며 당원들의 단결을 저해하는 공개 발언은 정책 실행을 방해하는 사람들로 간주해서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현재 중국 내에서 공산당의 주요 핵심 간부나 당원들이 시진핑 정부의 경제 노선과 관련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 RFA는 지난 14일 "중국과 홍콩에서 다가오는 3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 경제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고품질 경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시진핑 주석의 핵심 경제 노선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폐기 주장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시진핑 지도부를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SCMP는 "이번 3중전회가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피하고 (선진국으로 향할) 혁신을 이루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며 '3기 집권' 시 주석 임기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당 기율위가 당내 비판을 불허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3중전회가 중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고,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권력 유지 여부를 가를 중대한 기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경제를 잘 모르는 시진핑의 뜻대로만 모든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반대 토론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지도부의 행보가 국가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 전 회장이자 미국 법률사무소 퍼킨스 코이 LLP 파트너 제임스 짐머만은 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의 공식 데이터와 정보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불합리하고 부정직한 통제는 중국 신뢰성을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 니스 그룬버그 분석가는 "중국 당국은 모든 사람이 한목소리로 말하기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강박적으로 정보를 합리화하고 단 하나의 메시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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