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밀수 어려워지자 직접 제조 결심 정품 식별 표시까지 새겨 약 600만정 유통…"심각한 부작용 우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는 가짜 의약품 제조유통 사범 24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일당이 제조한 가짜 비아그라 등 압수된 의약품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원료를 밀수입해 시가 920억원 상당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판매한 일당 24명이 붙잡혔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일당 2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중 총책 A씨(66), 제조기술자 B씨(67), 제조유통책 C씨(55), 유통총책 D씨(51) 등 주범 총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중국에서 원료를 국제우편 등으로 밀수입해 강원도 정선 소재 농가 및 서울 금천구 소재 사무실 공장에서 지난 10월까지 시가 920억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613만정을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만든 가짜 비아그라에는 정품과 동일한 'VGR100' 식별 표시와 제조사명까지 있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정품 비아그라는 시중에서 1정당 1만5000원에 판매되나 이들이 제조한 가품은 소매상들에게 1정당 약 233원에 유통됐다. 소매상들은 시골 농가, 공사장 인부들,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정당 최대 1000원에 판매했다. 경찰은 이들이 9억여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했다. 시가 13억 3000만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8만8792정이 경찰에 압수됐으나 나머지 600만여정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무역이 중단되면서 의약품 밀수가 어려워지자 직접 가짜 약을 제조하기로 하고 범행을 결심했다. 건강식품업자인 총책 A씨가 사업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지인을 통해 가짜 약 제조·판매가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행을 공모했다. 그는 지인들을 통해 제조 기술자 등을 소개받고 자신이 소유한 농가와 자금을 동원했다.
경찰은 지난 1월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강원도 정선 소재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한 제조공장을 특정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일당은 서울 금천구 소재 오피스텔을 임차해 공장을 이전하고 수사를 피해가려고 했으나 끝내 붙잡혔다.
경찰은 중국 내 공급 조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해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의약품을 복용할 시 정품과 달리 성분함량이 일정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높아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니 유의 바란다"며 "가짜 의약품 판매 등을 목격하면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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