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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빼앗긴 결정적 실수..변호사 쌍방자문 '동의'[종합]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4 11: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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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사태 잠재우려 ‘주식매각’
대법원, 원심 결정 수긍하지 못하지만 민법의 '본인이 허락하면'에 주목





[파이낸셜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사이의 주식 양도 소송에서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줬다. 이로써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한앤코에 넘어가게 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불가리스 사태 잠재우려 ‘주식매각’

재판부는 “변호사들이 홍 회장 일가를 ‘대리’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어 ‘쌍방대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도 “‘홍 회장이 변호사들의 쌍방 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 동의했다’는 이유로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단한 부분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는 취지다.

남양유업 지분을 52.63% 가지고 있는 홍 회장 일가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발표했다가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하고,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도 겪었다.

이후 홍 회장은 그 해 5월 대국민 사과 성명과 사의 표명을 하면서 남양유업 보유 주식 전부를 주당 82만원으로 한앤코에 매각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는 공교롭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각각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두 달 뒤 주식양도 안건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하면서 한앤코에 외식사업부인 백미당 분사, 가족들 임원진 대우, 사무실 이용 문제 등에 대한 협상을 요구했다. 주식도 이전하지 않았다. 결국 한앤코는 같은 해 9월 법원에 판결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일가는 2021년 5월 한앤코 대표를 만나 외식사업부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족에게 임원진에 준하는 예우를 계속 제공한다는 내용을 ‘확약’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법원에 항변했다.

또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의 자문 변호사와 한앤코 자문 변호사들이 모두 같은 김앤장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주식매매계약은 민법 제124조에 의거, 무효이거나 변호사법 제31조 법리에 비춰 사법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들의 변호사들이 △단순히 법률 자문에 그치지 않고 주식매매계약서 초안 준비·수정·서명 날인을 받아 상대방과 계약서를 교환한 사실상 대리인 역할을 한 점 △5월 당시의 ‘확약’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변호사로서 조력을 다하지 않고 ‘배임적 대리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계약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1심은 ‘확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홍 회장 일가가 민법과 변호사법 판례를 거론하며 항변한 주식매매계약서 무효도 인정하지 하지 않았다. 배임적 대리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2심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리며 주식을 모두 넘겨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홍 회장 일가는 쌍방대리, 배임적 대리 행위에 대해 법리 다툼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상고심의 판단을 요청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결정 가른 홍 회장 일가의 쌍방자문 ‘동의’

따라서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 쟁점도 사건 변호사들이 민법상 ‘대리’인지·‘사자’(명령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김앤장 변호사들이 자문한 것이 변호사법상 당사자 쌍방 수임을 금지하는 ‘법률사건’인지, 주식매매계약이 관련 법률을 위반한 ‘무효’인지가 된다.

재판부는 우선 변호사들이 ‘대리’가 아니라 ‘사자’로 본 원심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리인도 사자와 마찬가지로 지시자의 요구에 따라 행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행위자(변호사)의 역할·재량·자격·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사건 변호사들의 자문이 당사자 쌍방으로부터 수임을 금지한 ‘법률사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이 아니지만 변호사 2명이 통일된 형태를 갖추고 수익을 분배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법률사무소 역시 하나의 변호사로 취급되므로, 이곳 소속 변호사들이 사건 양쪽에서 수임을 받는 경우도 ‘쌍방대리’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다만 대법원 재판부는 홍 회장 일가가 주당 매매대금 협상·결정을 하면서 이 같은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 동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법은 124조에서 쌍방대리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규정하면서도 ‘본인이 허락하면’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 변호사들이 대리인이고 △변호사 행위는 당사자 쌍방 수임을 금지한 ‘법률사건’에 해당하지만 피고인이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기 때문에 주식매매계약을 유효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법상 ‘대리’와 ‘사자’의 구별기준에 관한 법리를 처음으로 밝히고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에게도 ‘쌍방대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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