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충남 금산 불산 누출사고 대법원 사고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 완화...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서 인과관계 쟁점된 첫 사건
[파이낸셜뉴스] 2016년 충남 금산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휘발성 액체) 누출사고는 시설 사업자가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환경오염물질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상당한 개연성만 있으면 될 뿐,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금산군 주민 19명이 불화수소 생산업체 A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A사는 2016년 6월 금산군 생산시설에서 하역작업을 하는 도중 시설 내부로 2370kg, 외부로 445kg 상당의 불산을 누출시키는 사고를 냈다. 또 누출된 불산이 증발해 33kg의 불화수소가 가체 상태로 공기 중에 확산됐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기침, 가래, 수면장애, 안구 통증 등을 호소하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뒤 A의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부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간 불산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과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고 불산 증기가 피부에 닿으면 물집이, 눈의 경우 각막이 파괴되거나 혼탁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쟁점은 누출 사고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상당한 개연성’은 시설의 가동과정, 사용된 설비,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의 상태와 그 밖에 피해발생에 영향을 준 사정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1심은 A사의 책임을 인정해 주민들에게 각각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국가 상대 청구는 기각)했다. 2심도 A사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위자료를 각각 7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법원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다른 사람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경우 ‘사고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면서 “이때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물건에 도달해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누출된 불산이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됐다가 지표면으로 떨어져 원고 등에게 피해를 줬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원심 판단에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인과관계 인정과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기존 판례는 환경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가해자가 배출된 물질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 같은 과거 선례에 비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에서 인과관계가 쟁점이 된 첫 사건”이라며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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