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울산 남구 국민의힘 식당 앞에서 울산시 의사회 회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 규탄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집단행동을 시사한 의사단체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 압박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고발부터 업무개시명령,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다만 국민 의료 공백 등 피해 최소화 차원에서 사정기관이 직접 칼자루를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무개시명령, 면허 정지·취소 대응 가능
15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이날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진행한 뒤 오는 17일 1차 회의를 통해 파업 등 구체적인 투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선 정부가 대응할 카드는 업무개시명령이다. 의료법 제59조는 의료계 파업과 폐업에 대해 정부가 업무를 개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 법 1항에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상대로 지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명령서를 받은 의사는 다음날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과 함께 최대 10년까지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2000년 의약분업 대란 때도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병원과 집단폐업 주동자에 대한 수사와 소환 조사를 벌였다.
일부 전공의들은 파업 시 정부가 내릴 업무개시명령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집단사직서 제출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응해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 면허정지를 처분할 수 있으며 형법 적용, 고소·고발도 가능하다. 만약 기소까지 이뤄져 금고 이상 형이 집행되면 면허는 취소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업무개시명령이나 면허취소 같은 조치는 집단행동이 발생하거나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결정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검토하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형사처벌 사례도 있어
형사처벌도 압박 카드 중 하나다. 14년 전 의약분업에 반대해 5차례 집단 휴업에 돌입했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김재정 의사협회 회장을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거부 등 혐의로 9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05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으며, 의사 면허도 박탈됐다.
집단 휴진에 나선다면 정부의 고발장을 접수받아 검찰이 조사에 나서는 형태도 고려할 카드로 꼽힌다. 2020년 의료계가 공공의대 신설 반대 집단 휴진 때도 정부는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적용도 정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카드 중 하나다. 공정거래법은 의협과 같은 사업자 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기소된 의협 회장에게 적용된 법령 중 하나가 바로 공정거래법이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경우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의사단체가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해 형사고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파업 수뇌부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의사가 소속 병원에 나가지 않고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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