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차례 반복됐던 패턴이다. 정부의 의료 개선 움직임을 보이면, 의사단체는 집단행동을 언급하며 겁박한다. 정부가 다시 강경 대응을 예고할 경우 의료인은 사직서와 업무 중단 등으로 맞선다. 여기서도 정부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의사들은 집단 폐업, 무기한 파업 불사 카드도 꺼낸다.
종국엔 검찰과 법원까지 등장한다. 업무개시명령 등을 이행하지 않은 의료인들을 조사해 재판부로 넘기고, 법원은 유죄를 확정한다. 벌금 등을 부과 받고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의료인들도 극히 드물게 나온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들의 면허는 몇 년 후면 재발급된다. 설·추석 명절, 광복절 등 사면·복권될 기회는 수두룩하다. 통합, 분쟁 최소화 등을 이유로 사법절차 자체가 중단될 때도 있다.
한동안 진료로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손해 여부는 사실 따져봐야 한다. 오히려 그들 집단에선 영웅이 된다.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계기라는 의미다. 의사단체의 집단성을 고려하면 정치인들 역시 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 선거에서 의사단체는 주요 표밭이다. 종합하면 집단행동이 결코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인 셈이다.
반면 그 사이 생명에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는 병원을 찾지 못해 도로에서 숨을 거두고, 밤새 고열에 시달린 아이들 들쳐 업은 엄마들은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병원을 향해 내달린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도, 2014년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당시에도, 2020년 비대면진료 육성 시절에도 이미 겪어봤던 고통이다. 그리고 그들의 ‘힘’을 모두 경험했다.
결국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오는 5월 19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 효과만을 기대하기엔 그간 우리 정부의 대응이 허술했다. 의사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적용된 사례는 없다.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 판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면허 취소 사유도 형사절차가 마무리된 후에야 발생한다. 2000년 사건은 2005년에야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다. 이마저도 취소된 면허는 3년 만에 재발급됐다. 보다 강력하다는 개정 법 또한 심사를 거쳐 4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 다시 발급 가능하다.
다만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의 의식 변화다. 대법원은 한 임금 청구 상고심에서 “의사는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면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추구 등 특징을 가진 상인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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