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되며 '윗선'에 대한 수사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전 장관과 성명무상의 국가안보실 관계자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용서류 무효 혐의를 적시해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장관이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해병대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까지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왔다. 1월 중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군 관계자들에 대해 연이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윗선'으로 볼 수 있는 이 전 장관이 지난 3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장관의 출국으로 사실상 윗선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같은 지적에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해외로 나가면 수사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는 계획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요 피의자가 출국을 하게되면 압수수색이나 대면조사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출국금지 조처를 할 수 있다.
반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잉수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혐의 입증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출국금지는 지나친 조치일 수 있으며, 출국 이후에도 이 전 장관이 수사기관의 소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여권을 무효화시키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해외로 출국하면 직접 조사는 불가능할 수 있지만 사실상 고위공직자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기소를 전제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라며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혐의가 명백하게 밝혀진 상황이 아닌데도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아무리 고발이 됐다 할지라도 국가를 대표해서 정식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가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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