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명관 기자] OSMU(one source multi-use).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이 전략은 문화산업재의 온라인화와 디지털 콘텐츠화에 따라 각 문화상품의 장르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매체간 이동이 용이해짐에 따라 하나의 소재(one source)로 다양한 상품(multi-use)을 개발, 배급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생’, ‘치즈인더트랩’,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소문’, ‘스위트홈’, ‘여신강림’, ‘D.P.’, ‘유미의 세포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웹툰, 웹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장르를 넘어서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독자들을 포털로 유입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던 ‘무료 만화(웹툰)’가, 20년이 지난 지금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핵심 IP(지식재산권)로 자리잡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출처: 네이버웹툰
이제 웹툰과 웹소설은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필수요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웹툰 시장규모는 1조 5,660억 원으로 2020년 1조 538억 원 대비 48.6% 늘어나며 급성장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 규모도 2020년 7,415억 원에서 2021년 1조 850억 원(추정치)으로 커졌다. 이 같은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웹툰 시장에서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국내 웹툰, 웹소설은 그림, 글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영상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설립한 로커스는 종합 문화 콘텐츠 기업이다. VFX(CGI, VFX 기술을 활용한 광고, 게임 시네마틱, 영화·드라마 제작 및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제공), 애니메이션(극장용 장편·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기획 및 제작), 싸이더스픽처스(영화 제작, 투자, 수입 배급)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인 로커스엑스(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가상인간(버츄얼 휴먼) ‘로지(ROZY)’를 제작해 주목 받기도 했으며, 볼보 C40 광고모델로 출연한 ‘호곤해일(HOGONHEIL)’, 싸이와 함께 롯데칠성사이다제로 광고모델로 출연한 ‘류이드(RYU-ID)’ 등의 가상인간을 제작했다.
로커스엑스의 가상인간 로지, 호곤해일, 류이드(왼쪽부터), 출처: 로커스엑스
VFX, 애니메이션, 가상인간 등을 제작하던 로커스는 지난 2022년 네이버웹툰 자회사로 편입되며 다시 한번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웹툰, 웹소설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시장 확대에 맞춰 앞으로 로커스는 네이버웹툰과 협업하며 다양한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XR 콘텐츠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IT동아가 로커스의 홍성호 대표를 만나 로커스가 준비하고 있는 2023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퇴마록, 유미의 세포들 등 로커스가 준비하고 있는 라인업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로커스는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다. 지난 2018년 3D VFX 관련해 인터뷰했으니… 5년만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1과 시즌2를 재미있게 봤다. 실제 배우와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세포들의 자연스러운 연출을 인상깊게 봤다.
홍성호 대표(이하 홍 대표): 하하. 3D 애니메이션은 우리 로커스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로커스는 애니메이션 기획부터 제작까지 할 수 있는, 국내 대표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순수 국내에서 제작한 글로벌 극장용 장편 3D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도 선보였다. 레드슈즈는 전 세계 123개국에서 개봉했고, 지난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1차 후보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로커스 홍성호 대표, 출처: IT동아
유독 키즈용 애니메이션에만 집중하고 있는 국내 경쟁력을 확장하고 싶었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편 3D 애니메이션으로 레드슈즈를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하고 선보이며 나름의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성인도 공감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유미의 세포들의 3D 애니메이션은 약 400분 분량에 달한다(웃음).
IT동아: 그래서 궁금하다. 다음 로커스의 3D 애니메이션은 무엇일지. 마침 오늘 인터뷰하러 오기 전, 로커스가 올해 공개할 예정인 ‘퇴마록’의 스틸 컷을 확인했다.
홍 대표: 잘 봤는지 모르겠다. 퇴마록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편 3D 애니메이션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키즈용을 넘어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향하는 로커스의 목표다. 사실 2018년부터 웹툰, 웹소설 등 국내 IP를 활용해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생각했다. IP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 콘텐츠가 지닌 저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네이버웹툰과의 협력, 유미의 세포들 시즌1과 시즌2 등도 이 같은 준비를 통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아, 유미의 세포들도 극장용 장편 3D 애니메이션으로 준비하고 있다.
로커스가 공개한 퇴마록 스틸 컷, 출처: 로커스
IT동아: 웹툰, 웹소설 등 국내 IP를 활용한 장편 3D 애니메이션인가.
홍 대표: 맞다. 국내 웹툰, 웹소설의 경쟁력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이제 전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다.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이에 맞춰 영상 콘텐츠 업계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더 많은 작품을 촬영하고자 배우들과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바쁜 상황이다. 수많은 히트작을 어떻게 영상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다.
3D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아무래도 실제 배우와 촬영하는 물리적인 제약에서 자유롭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퇴마록, 유미의 세포들 극장용 이외에도 3\~4편의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다.
다만, 3D 애니메이션은 사람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역량있는,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로커스는 여기에 특화되어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지난 10년 이상 레드슈즈를 필두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순수하게 3D 애니메이션에 집중한 스튜디오는 국내에서 로커스를 빼고 얘기할 수 없지 않을까(웃음).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쌓은 로커스의 경험과 자산
IT동아: 로커스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홍 대표: 3D 디지털 자산이다. 로커스는 3D 애니메이션 제작뿐만 아니라 연간 450편 이상의 VFX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3D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았다. 예를 들어보자. 유미의 세포들 시즌1, 시즌2에서 사용한 드라마 속 3D 데이터는 극장용 유미의 세포들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3D 데이터 에셋 아닌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 활용한 데이터를 게임 등에 활용하는 것처럼.
홍 대표: 맞다. 3D 데이터는 드라마, 영화, 게임, 광고 등 다른 디지털 콘텐츠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재활용하지 못했다. 한번 만들고, 소비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바꿔나갈 수 있다면, 더 다양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로커스는 이 같은 경험을 쌓아왔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가상인간 로지는 광고, 뮤직비디오, SNS 모델 등을 거쳐 곧 게임에도 등장한다. 게임 속 캐릭터로 변신하는 모습을 조만간 확인할 수 있다.
가상인간 로지, 출처: 로커스엑스 홈페이지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 각각 다른 분야, 다른 영역으로 분류됐지만,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네이버웹툰과의 협력을 통해 IP도 확보했다.
IP 산업의 대표주자는 디즈니다. 디즈니는 300개 이상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이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스토리로 구현되고, 스토리는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영화 속 음악으로도 연결된다. 캐릭터 굿즈 상품, 디즈니랜드 등 오프라인 공간으로도 나온다. IP가 지닌 힘이자, 캐릭터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디즈니가 캐릭터의 힘을 갖출 수 있는 근간은 3D 데이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웹툰, 웹소설도 이처럼 3D 데이터를 갖춰 나가야 하지 않을까. 웹툰, 웹소설 속에 있는 캐릭터들이 디지털 자산으로 갖춰졌을 때 영향력을 보다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한 세포들이 광고에도 등장할 수 있던 힘이다.
유미의 세포들 X 한샘 포시즌 광고, 출처: 한샘
IT동아: 동의한다. VFX, 애니메이션 작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단축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홍 대표: 잘 갖춘 3D 디지털 자산은 하나하나의 소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위한 소부장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로커스만이 아니라 모두가 노력하고 갖춰나가야 할 숙제다.
제주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유미의 세포들
IT동아: 디즈니랜드처럼, 로커스도 오프라인 공간에 IP를 활용한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고 들었다. 제주도에 있는 한화 아쿠아플라넷에 가면 유미의 세포들을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홍 대표: 하하. 지난 1월 13일부터 제주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유미의 세포들 제주 특별전: 세포 인사이드 제주’를 열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IP를 활용한 첫 번째 디지털 아트 전시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뒀다. 약 450평 규모의 공간에 유미의 세포들 IP와 제주를 상징하는 공간을 연결해 표현했다.
유미의 세포들 제주 특별전 모습, 출처: 로커스
작년 여름부터 준비한 사업이다.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확장이다. 유미의 세포들 웹툰으로 시작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세포들’이 가진 친근감을 외부로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작품 특성상 크게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웃음).
IT동아: 3D 데이터를 오프라인까지 확장한 셈이다.
홍 대표: 유미의 세포들 제주 특별전은 로커스만의 노하우와 기술을 총집합한 오프라인 전시다. ‘언리얼 엔진’, ‘유니티 엔진’ 모두 사용해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냈다. 총 10개의 전시 공간 중 절반이 참여형 콘텐츠다. 관람객의 동작을 인식해 미디어월 속 세포들이 춤을 추고, 관람객이 그린 물고기가 아쿠아리움에서 헤엄을 치기도 한다. 단순히 정해진 영상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관람객의 동작을 인식해 상호작용하는 모습, 출처: 로커스
톱니바퀴처럼 여러 요소가 잘 맞았다. 유미의 세포들 IP가 지니고 있는 친근함,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아쿠아리움이라는 장소, 이미 만들어 둔 3D 데이터 등이 하나로 어울렸다. 실제 공간을 꾸미기 시작한 것은 10월부터로, 올해 연말까지 전시한다.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블로그, 카페, SNS 등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IP를 활용한 오프라인 공간 사업은 앞으로 테마파크, 키즈카페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유미의 세포들 제주 특별전 모습, 출처: 로커스
IT동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지내고 난 뒤, 외출을 원하는 지금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홍 대표: 맞다. 긍정적이다. 미디어월, 미디어아트를 꾸미기 위한 기술, 기기 등이 발전하면서 콘텐츠를 야외에서 표현하는데도 부족하지 않다. 전시관, 박물관 등에서 미디어아트, 미디어월을 활용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지 않나.
잘 만든 미디어아트는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온라인 소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오프라인 소비는 줄어들었는데, 쇼핑을 위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방문객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면,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로커스 홍성호 대표, 출처: IT동아
올해 로커스는 경쟁력 있는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보한 IP를 활용해 3D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산업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이전부터 도전했고, 준비했던 과정이다. 스마트폰 속 웹툰이었던 유미의 세포들은 지금 이 순간 제주도에서 관람객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웃음). 앞으로도 로커스가 만들어갈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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