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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노출되는 '음란물'... 세계적으로 경고등 켜져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03 18:54:04
조회 475 추천 6 댓글 2
[IT동아 정연호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십 대 청소년 열 명 중 한 명은 음란물을 처음 접하게 된 나이가 9살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아이들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부재하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영국 국가기관 아동위원회(The Children's Commissioner for England)는 전국 1000명의 16~21세를 조사한 뒤 “남녀 아이들 모두 음란물에 노출되는 평균 나이는 13살”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도 2022년 미국의 13~17세 13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자 중 15%가 10살 혹은 더 어렸을 때 온라인에서 음란물을 처음 접했다고 답했다”면서 “아이들이 음란물을 처음 보는 평균 나이는 12살로 조사됐다”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52%의 아이들은 강간처럼 보이거나, 영상 속 인물이 질식하는 모습이나 고통을 느끼는 모습이 나오는 음란물을 시청했다.

한국에서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10대들의 음란물 이용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조사는 초・중・고 학생 1만 45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초등학생은 4~6학년만 참여).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비교한 표, 출처=여성가족부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은 열 명 중 네 명(37.4%)이 1년 동안 성인용 영상을 접한 경험이 있었다. 전체 평균 이용률은 2016년부터 감소 추세지만 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 이용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33.8%로 조사됐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18.1%는 ‘스스로 성인용 영상물을 보지 않으려 해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노출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성인용 영상물의 성인 인증을 위한 나이 확인율, 출처=여성가족부



조사 대상자들은 주로 포털 사이트,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에서 음란물을 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인터넷 포털사이트, 개인간파일공유(P2P) 사이트에서 성인 인증 시 나이를 확인하는 비율은 각각 36.2%, 34.7%에 불과했다.


성인용 간행물 이용률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비교한 표, 출처=여성가족부



만화, 소설 잡지, 사진 등 성인용 간행물을 보는 초등학생은 27.7%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생의 16.0%는 성인용 간행물을 이용하는 주 경로가 ‘인터넷 만화(웹툰)’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인터넷 웹툰을 볼 때 성인인증을 위해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6.4%로 나왔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절반만이(47.8%)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청소년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됐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어려지는 이유로 스마트폰과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등학생의 발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적 호기심도 증가하게 됐는데, 스마트폰으로 성인물에 접근하는 경로가 다양하고 편리해졌다는 것이다.

"음란물 접하면서 잘못된 성 인식을 배운다"는 경고 나와...


청소년기의 음란물 시청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의 성적인 메시지를 많이 접할수록 아이들은 성관계에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음란물을 많이 볼수록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커지고, 영상 속 폭력적인 성행위를 모방하게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초등학생의 발달 수준에는 음란물 속 성적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이를 적절하게 수용하는 역량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음란물 속에서 ‘창녀’로 그려지는 여성, ‘주인’으로 그려지는 남성의 성 역할을 비판 없이 학습할 수 있다는 것.

남영욱과 송연주의 논문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의 음란물 체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에 노출된 아이들은 음란물을 보면서 성적인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당 논문은 초등학생 6학년 10명의 아이들을 인터뷰를 진행한 후 작성됐다.

연구에 참여한 아동 A는 “계속 (음란물을) 보니까 자꾸 그게 생각나고, 나도 하고 싶다”면서 “중학교 2학년쯤 되면 그런 행동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성적인 호기심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여준다.

“계속 그런 짓 해볼까? 하면서 여자애들한테 집적되게 돼요(아동 B)”, “남자애들은 쪽팔려 게임하면서 속옷 보고오기 같은 걸 시켜요. 그런 동영상(음란물)을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 가죠(아동C)”와 같은 답변도 나왔다.

음란물에 대한 연구, "명확한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의 음란물 시청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은 설계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 음란물 시청에 관한 연구들을 분석한 웨스트체스터 대학의 에릭 오웬슨 교수는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음란물을 노출하는 것은 연구 윤리의 문제로 실행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한다. 음란물의 영향을 분석하려면, 음란물을 시청하지 않은 아이들을 모집한 뒤 음란물을 보여주고 결과를 추적해야 한다. 오웬슨 교수는 이런 방식이 “윤리적인 문제가 있어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응답자가 질문에 답하는 ‘자기보고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연구의 한계다. 청소년 음란물 시청에 대한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연구들도 음란물 시청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 해소 같은 긍정적인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요한 피터 교수는 73개의 연구를 분석한 뒤 “음란물 시청과 위험한 성적인 행위 간 인과관계를 증명한 충분한 근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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