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있어 다양한 부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인 엔진오일부터 시작하여 각종 필터류, 부싱,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 등등 수없이 많은 부품과 소모품들은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있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교체 혹은 오버홀을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현대, 기아차에서 ‘부품’과 관련해 논란을 빚어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은 마치 현대, 기아차가 제공하는 순정부품 외의 것을 사용하면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없고 품질이나 성능 모두가 떨어지는듯한 뉘앙스의 안내 문구 때문인데,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 같은 이슈가 발생한 것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보자.
LF 쏘나타 사용설명서 발췌 /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현대, 기아자동차는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그들이 판매하는 차량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는다.
아울러 “비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연이어 등장하게 된다.
필자가 타고 다녔던 뉴 EF 쏘나타 LPG 엔진룸이다. 연간 4만 km를 순정부품을 안 쓰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하다. 심지어 부동액도 장수명 부동액이 아닌 말표 부동액이었다. 대신에 자주 갈아줬다.
이 같은 문구는 순정부품 외에 애프터 마켓 제품의 품질은 형편없으며,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어 애프터 마켓 제품은 못쓸 물건이란 인상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구를 통해 소비자들은 “비순정부품이 괜히 저렴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못쓸 물건’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실상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한 거나 다름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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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리멘 SM5 드라이브 샤프트다. 만듦새가 순정품에 비해 전혀 달리지 않는다. / 사진 = 만도리멘
전혀
그렇지 않다
일각에선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제조사가 괜히 그러겠어? 문제가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올바른 정답이 아니라고 답해주고 싶다. 비순정부품들 중에서도 전술했던 애프터 마켓 제품과 ‘OES’ 두 가지로 나뉜다. OES는 OEM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자체 브랜드의 PB 상품으로 판매하는 부품이다. 이 말이 무엇이냐면, A라는 업체가 ‘H’라는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A라는 업체는 ‘H’라는 제조사에 부품을 만들면서 생긴 노하우가 생긴다. 그리고 그들만의 브랜드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코자 하는데, 순정부품 규격을 신청하려고 하니 안 내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제조사 규격 인증 마크가 없이 판매되는 퀄리티 높은 부품들이 꽤나 많이 존재한다. 대신에 별도의 인증기관을 통해 품질을 인증받은 만큼, 질적인 면에서는 정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애프터 마켓 제품도 마찬가지다. 애프터 마켓 제품도 OES처럼 제품의 품질인증과 제조사 규격을 허가받아 판매되는 질 좋은 부품이 많은 반면, 가격대가 저렴해질수록 이름하여 ‘묻지 마 재생’부품이 많아지게 된다.
정리하자면 비순정부품은 애프터 마켓 제품, OES로 나뉘게 된다. 하지만 업계 혹은 판매될 땐 보통 포괄적으로 애프터 마켓 부품이라고 칭하며, OES의 경우 국내에는 만도리멘, 모비스 베스 핏츠가 대표적이며, 외국계 브랜드는 ACdelco(에이씨-델코), Continental(콘티넨탈), Bosch(보쉬), Denso(덴소), BANDO(반도) 등이 있다. 이들도 순정부품을 공급하는 초대형 기업이지만, OES 방식으로 부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순정 고품을 회수하여
오버홀한 제품이다
브랜드 있는 동네 정비소들을 보면 (블루핸즈, 오토 큐, 바로 정비, 엔젤서비스 등등) 차량을 수리할 때, 재생품 교체를 권장하는 곳이 대다수다. 그리고 간혹 재생품이라는 이유로 못 믿고 전전긍긍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권유하는 건 대부분 재제조로 유명세를 떨치는 브랜드의 것을 가져와서 작업한다. 그리고 오히려 정비사들이 싸고 품질이 좋아 추천하는 제품이지만, 여타 다른 저렴한 재제조품들 보다 가격대는 비싸다.
그러나 그만큼 제품의 퀄리티는 좋으며, 재제조품인데도 불구하고 품질보증 기간까지 존재한다. 이건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부분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재제조품도 나름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듯하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재제조품 부품의 경우 문제가 있는 순정 고품을 회수하여 그들만의 노하우로 전부 분해한 뒤 오버홀한 제품들로서, 사실상 순정 새 제품이랑 큰 차이가 없는 점이 키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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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철문 / 사진 = 뉴스토마토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해 나가야
결국 현대, 기아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같은 취급설명서 내용을 토대로 그들에게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유인즉 자사 순정이 아닌 모든 비순정부품은 안전하지 못하고, 사용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으로 표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규격품과 인증 대체 부품을 포함한 내용인 것이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객관적인 ‘실증’이 없다고 판단, 현대, 기아차의 거짓과 과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경고’ 조치를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솜방방이 제재에 실망감이 존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오너 매뉴얼의 내용을 크게 신뢰하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소비자들이게 오인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야 한다. 이번 경고 조치를 통해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히 현대, 기아 측의 부품 사업부인 모비스에선 부품 판매의 폭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부품을 원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협박성 코멘트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반발심을 키울 것이란 걸 이번 일을 통해 상기되었길 바라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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