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이 만난 사람] KF-21 성공으로 이끈 류광수 한국항공우주산업 부문장
류광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선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KF-21은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 인력의 피와 땀이 밴 결과물”이라며“우리의 안보 자산인 동시에 산업 자산,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난 19일 오후 33분간의 첫 비행에 성공했다. 2001년 한국형 전투기 개발 선언 이후 21년 4개월 만의 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에 진입하게 됐다. KF-21은 첨단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세계 최강 스텔스기 미 F-22 ‘랩터’를 닮아 일부 스텔스 성능을 갖춰 4.5세대 전투기, ‘미니 랩터’로 불린다. 최근 톰 크루즈가 주연한 전투기 영화 ‘탑건(Top Gun):매버릭’이 흥행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KF-21 사업은 2026년까지 추진하는 1단계(공대공 능력) 개발에 8조1000억원, 2026~2028년 2단계(공대지 능력) 개발에 7000여 억원 등 총 8조8000여 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2032년까지의 120대 양산 비용 9조2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비용은 18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개발·도입 사업’으로 불려왔다. KF-21 개발을 이끌고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류광수(58) 부사장을 지난 23일 서울에서 만났다. 류 부사장은 “KF-21은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인력의 피와 땀이 배인 결과물”이라며 “우리의 안보자산인 동시에 산업자산,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첫비행 때 몹시 떨리지 않았나.
“그날 아침 왠지 모를 설레임을 안고 출근했는데 이륙시간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점점 커져갔다. 시험비행 조종사 안준현 소령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하여 격납고 맞은 편 건물내에서 초조하게 항공기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모습을 바라봤고, 마침내 하늘로 웅장하게 날아오르는 KF-21의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월드컵의 열기로 가득 찼던 2002년 8월 첫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첫비행의 꿈을 이뤘고, 20년이 지난 2022년 7월 우리는 기적을 이뤘다. 이는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인력의 피와 땀이 배인 결과물이다. 사업 초기 개발계획을 본 미 록히드 마틴사 기술지원 엔지니어들이 ‘Crazy(Success Oriented) Schedule Based on Miracles’ (모든 것의 성공에 기초한 기적을 전제로 한 스케쥴)라고 했던 말도 생각 났다. 전투기 개발 베테랑들인 자기들이 볼 때는 미친 계획이었는데 기적을 이뤄냈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탑건:매버릭’에 FA-18 슈퍼 호넷 등 전투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봤는지.
“재미있게 봤다. 특히 앞으로 KF-21을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함재기형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수퍼 호넷’ 등의 항모 캐터펄트 이착륙 장면 등을 유심히 봤다.”
류광수(왼쪽) KAI 부사장이 최근 첫 비행에 성공한 KF-21 국산 초음속 전투기 시제 1호기를 점검하고 있다. /KAI 제공
-KF-21이 ‘베이비 랩터’로 불리는데 세계 최강 F-22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정면에서 보면 정말 F-22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F-22는 처음부터 5세대 스텔스기로 설계, 개발됐기 때문에 KF-21과 비교하긴 어렵다. KF-21은 결국 무인 전투기와 함께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 레이저 무장 등 6세대로 발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KF-21을 세계의 다른 신형 전투기들과 비교해 본다면.
“4세대와 5세대 전투기를 구분하는 가장 큰 성능은 스텔스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센서 적용, 초음속 순항 등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F-21은 개발 초기부터 4.5세대 항공기를 지향했고, 스텔스 기능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미래 성능적인 측면의 확장성을 고려해 설계 개발을 수행했다. KF-21이 다른 5세대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성능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현존하는 4.5세대 전투기와 견주어 봤을 때는 5세대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랜딩기어를 내놓고 첫비행을 해 일각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첫비행의 경우 랜딩기어가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어느나라 어떤 전투기든 다 바퀴를 내놓고 비행한다. 미국 F-35 스텔스기, 일 X-2 기술실증기, 중 J-20 스텔기 등도 모두 그랬다. 단 한번의 예외가 있었다는데 미 보잉사 YF-23과 치열한 경쟁을 했던 록히드마틴의 YF-22가 우세를 점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바퀴를 집어넣고 비행한 경우가 있다. 우리도 이미 여러 차례 지상시험에서 랜딩기어 테스트에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내가 ‘과감하게 한번 랜딩기어 집어넣고 해보자’고 했는데 실무자들이 강력 반대해 접었다.(웃음)”
-앞으로 개발 완료까지 어떤 과정이 남아 있나.
“2026년 (1단계 개발) 사업 종료까지 약 2000여회의 비행시험이 계획돼 있다. 이번 첫비행은 고도 15000 피트(450), 속도 200노트(시속 370㎞)로 간단한 기동과 이착륙을 했지만, 앞으로 6대의 시제 항공기를 이용해 점차 고도, 속도 등을 늘려가며 항공기의 특성이 설계한 대로 돼있는지를 검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성능의 최고점(최대속도, 최대 가속도, 최대 받음각 등) 검증과 무장발사 등을 하는데 우리 회사와 공군으로선 처음해보는 공중급유 테스트가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될 것 같다.”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됐다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가 항공산업에 뛰어든지가 이제 대략 40년이 지났다. 개발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술을 축적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거 해외 선진업체에게 KF-X(KF-21의 종전 명칭) 개발비 견적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미국 두 회사가 각각 17조원과 10조원, 유럽 회사가 15조원을 개발비용으로 제안했었다. 만약 그때 자신이 없어 외국업체와 개발을 공동 진행했더라면 KF-21 개발비는 8조원대가 아니라 최소한 10조원에서 16조원까지 부담하면서 기술도 종속돼 국산 전투기로서의 역할을 못했을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아니라 업체 주도로 개발했다는 점도 KF-21의 특징인 것 같다.
“KF-21 개발에 있어 국책연구소 주도냐, 업체 주도 개발이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항공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군(공군)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자가 쓰기 편하도록 개발하는 것인데, 사업을 관리하는 방위사업청과 최종 사용자인 공군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해주었다.”
-첫 비행 후 4년간 개발을 완료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선진국 전투기 개발 사례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가.
“KF-21은 진화적 개발 개념을 적용하여 개발하고 있는데 4년은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짧은 수준이다. 첫비행서 양산까지 미 F-35는 9년, F-22는 6년, 프랑스 라팔은 15년,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9년이 각각 걸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3월 공사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뒤 첫비행까지 21년4개월이나 걸렸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계속 추진돼온) KF-21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고 본다. 또 우리의 안보자산인 동시에 산업자산, 신성장동력이기도 하다.”
-개발비의 20%를 분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가 계속 분담금 납부를 미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기술자 약 40명, 조종사 2명이 우리 회사에 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등 인도네시아의 공동개발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안다.”
-KF-21의 수출 가능성과 가격 경쟁력은.
“공정혁신을 통해 선행 준비시간 등 비용 절감요소를 지속적으로 발굴, 적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출 국가는 초기 T-50을 수출했던 나라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대륙별, 국가별 전략을 수립해 시장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 개발이 우리 국방과 항공산업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KF-21은 중·러·일 등 주변 강국의 최첨단 무기체계에 대응하는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항공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400여개의 산·학·연 기관이 참여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대한민국 항공산업 전체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류광수
류광수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항공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1988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이래 35년간 국산 항공기 개발에 매진해온 베테랑 엔지니어다. KAI에서 첫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등 각종 항공기 개발에 참여했다. KAI 항공전자 체계 담당(상무보), 고정익 개발본부장(상무), KF-X 사업본부장(전무)을 거쳐 지난 2021년부터는 고정익 사업부문장(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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