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소속 F-4E ‘팬텀’ 전투기가 지난 12일 서해상에서 엔진 화재로 추락했다. 조종사들이 기수를 돌려 해상 비상탈출에 성공해 인명 및 민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F-4E는 1979년 도입돼 운용한지 40년이 넘은 노후 전투기다.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팬텀’은 20여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F-4 외에도 F-5 80여대 등 총 100여대의 30~40년 이상된 노후 전투기를 운용중이다. 공군 전체 전투기(410여대)의 20여%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세계에서 F-4를 운용중인 국가는 우리나라와 터키, 그리스, 이란 등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F-4E를 3년 가량 더 운용한 뒤 2024년쯤 ‘퇴출’(퇴역)할 계획이다. 공군은 90년대 이후 KF-16에 이어 F-15K, F-35 스텔스기 등 신형 전투기들을 속속 도입해 실전배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군이 ‘노병’ F-4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AGM-142 ‘팝아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운용능력과 엄청난 무장탑재 능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때 공군의 유일한 평양 정밀타격 장거리 미사일이었던 ‘팝아이’
팝아이는 이스라엘제 공대지 미사일로, 최대 112㎞ 떨어진 목표물을 1m 이내의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다. ‘뽀빠이 미사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TV 카메라와 적외선 유도장치 등을 장착해 정확도를 높였다. 길이 482㎝, 직경 53.3㎝로 무게가 1300㎏에 달한다. 350㎏ 탄두를 장착해 1.5m 두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지난 2015년 팝아이 미사일이 직도 사격장 바위섬 표적에 정확히 명중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팝아이는 2001년부터 2000억원의 예산으로 100발이 도입됐다. 슬램-ER(사거리 278㎞) 및 타우러스(사거리 500㎞) 미사일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공군이 장거리에서 평양의 전략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무기였다. 이 같은 팝아이를 F-4만이 운반, 투하할 수 있어 전략적 가치가 컸던 것이다.
군 당국은 한때 F-15K도 팝아이를 장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팝아이보다 사거리가 긴 슬램-ER과 타우러스 등이 도입됨에 따라 취소했다. 팝아이는 슬램-ER보다 사거리는 짧지만 탄두중량은 230kg인 슬램-ER보다 무거워 파괴력은 슬램-ER보다 강하다.
총 5000대가 넘게 생산돼 서방세계 ‘베스트셀러’ 전투기F-4는 구형 폭격기에 육박하는 무장탑재량으로도 유명하다. F-4는 최대 8.5t 가량의 폭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데 이는 2차대전과 6·25전쟁 때 활약했던 B-29 폭격기(9t)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KF-16 전투기(7.7t), F-35 스텔스기(8t)의 무장 탑재량을 능가하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F-4는 팝아이뿐 아니라 많은 폭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어 전면전 개전 초기 때 대북 공습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한 노후 전투기 운용으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신형 전투기 조기도입으로 노후 전투기 도태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지난 1월엔 임무 수행 중이던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조종사 고 심정민 소령이 안타깝게 순직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이 국회에서 연 노후 전투기 조기 교체방안 관련 세미나에서 “2000년 이후 발생한 공군 항공기 추락사고 37건 중 51.4%인 19건이 이들 노후 기종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군은 5월 KODEF 세미나에서 F-35 20대, FA-50 경공격기 20대, KF-21 한국형전투기 20대 등 총 60대의 신형 전투기 조기 추가도입을 통해 100여대의 노후 전투기를 조기 도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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