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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같던 北 무인기, 이젠 장난 아니다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03 14:20:01
조회 2837 추천 14 댓글 27

열병식서 정찰·공격용 드론 과시


2023년 7월 27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북한 무인항공기(UAV)./TASS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7일 열병식에서 미국 RQ-4 ‘글로벌 호크’ 전략 무인 정찰기, MQ-9 ‘리퍼’ 무인 공격기와 흡사한 드론을 공개하고 비행까지 실시함에 따라 이 무인기들이 유사시 우크라이나전에서처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능이 ‘진품’ 미 드론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평시·전시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생 시 한미 양국 군이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무인기들의 효용성이 제한될 수 있지만 기계화 부대 등 지상 목표물 타격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DMZ(비무장지대) 인근 상공에서 우리 전방 부대나 수도권 감시 정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지난 28일 조선중앙TV의 열병식 녹화 방송에 등장한 무인기.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8일 열병식 녹화 방송 전 자체 제작 무인기 비행 영상을 내보내며 전략 무인 정찰기 명칭을 ‘샛별-4형’, 공격형 무인기는 ‘샛별-9형’으로 소개했다. 각각 미 ‘RQ-4 글로벌 호크’와 ‘MQ-9 리퍼’ 명칭에 들어간 숫자와 같다. 글로벌 호크는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장거리 전략 무인 정찰기이고, 리퍼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대테러전 등 실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돼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얻은 대표적 ‘킬러 드론’ 무인 공격기다.


2014년 발견된 北 무인기 -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채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열병식에서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은 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으로 4대가 포착됐다. 비행한 1대와 지상의 4대 등 최소 5대가 제작됐다는 의미다. 북한은 샛별-9형이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을 발사하는 영상도 공개해 실제 개발이 상당 수준 진척됐음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와 외신은 북 무인기들의 성능이 미국제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이고 실전 배치도 어려울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 신형 무인기들이 유사시 게임 체인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우선 전면전 발생 시 북한 공군 전투기들이 한미 양국 군에 궤멸된 뒤에도 무인 공격기들이 우크라이나전에서처럼 전차·장갑차 등 기계화 부대 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아니전 개전 초기 튀르키예제 바이락타르 TB-2 등이 대전차 미사일과 정밀 유도 폭탄 등으로 러시아군 전차·장갑차 등을 파괴하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북한 ‘샛별-9형’의 무장 능력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대전차 미사일 등 공대지 미사일 8발과 활강 유도 폭탄(정밀 유도 폭탄) 2발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7일 공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 오프닝 영상에서 ‘샛별-9형’으로 소개한 공격형 무인기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조선중앙TV

북 공대지 미사일은 미 리퍼가 장착한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비슷한 형태로 추정된다. 헬파이어의 최장 사거리는 8㎞로, 북 미사일의 사거리가 이보다 짧다 하더라도 한국군 자주 대공포나 휴대용 대공미사일 사거리(3~5㎞) 밖에서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미 양국 군이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라 하더라도 양국 전투기들이 다른 임무가 많아 북 무인기 공격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다. 방종관(예비역 육군소장) 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전면전 개전 초기 우리 공군 전투기 430대는 미군이 증원(增援)돼도 다른 할 일이 많아 북 무인기를 모두 격추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여러) 자폭(自爆) 드론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 센터장은 “우크라이나전을 보면 개전 초기 무인기 격추율이 50% 정도밖에 안 됐고 보강한 뒤에도 60~70% 정도였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 리퍼가 알카에다 지도자 암살 등 대(對)테러전에서 활약해왔다는 점에서 북 무인 공격기가 테러 위협용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 미군에 12대가 배치돼 있는 MQ-1C ‘그레이 이글-ER’ 무인 공격기는 유사시 북 정권 수뇌부 제거 작전에 활용될 수 있는 ‘킬러 드론’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 이글-ER은 리퍼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무인 공격기다.

일부 전문가와 외신에서 북 신형 무인기의 성능이 미국 진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하는 데 대해서도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무인기 개발에 관여했던 이정석 수석연구원은 “미국 수준의 절반 이하만 돼도 한반도 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이면 북한 입장에선 성공한 것”이라며 “위성통신이 없다 하더라도 산 위에 통신 중계기를 세우면 최장 150~200㎞까지 작전할 수 있어 유사시 우리 대전 이북에선 작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판 글로벌 호크나 무인 공격기가 남북 군사 합의를 어기고 DMZ 인근 상공에서 정찰 활동을 하면 북한은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DMZ 인근에서 북 신형 무인기가 DMZ 50㎞ 남쪽까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해도 경기 북부는 물론 서울까지 감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북 무인기들의 외형이 미국 무인기들과 똑같은 데 따라 유사시 피아 식별 곤란 등 기만용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북 무인기는 우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미국 무기도 따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정치 심리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눈으로 봤을 때 피아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유사시 미군 무인기인 것처럼 접근해서 공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우리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소형 무인기가 군사적 위협보다는 심리적 테러 무기에 가까웠다면 이번 신형 무인기들은 실제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인기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근거리 지상 작전 지원이나 후방 지역 은밀 침투 공격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당수 외신은 북 무인기들의 실전 배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밴 디펜 전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발전한 드론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려 한다”며 “드론 운영에는 실시간으로 전송해오는 영상을 보고 제어할 수 있는 자체 위성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작동 범위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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