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이 우주 공간까지 올라갔다가 엄청난 속도로 목표물에 떨어지는 최초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반색한 히틀러가 직접 보복 병기(Vergeltungswaffe)란 뜻의 ‘V-2 로켓’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최대 사거리 300㎞의 V-2는 자이로스코프와 무선 지령 등을 통해 종전 로켓보다 정확도를 높였지만 명중 오차가 최소 2㎞에서 최대 수십㎞에 이를 정도로 컸다. V-2는 종전 후 미국과 소련에 넘어가 각종 지대지미사일과 우주 발사체의 원조가 됐다.
▶미사일의 정확도는 전문 용어로 CEP(Circular Error Probability·원형 공산 오차)라 부른다. CEP가 100m라면, 목표점 중심 반경 100m 내에 50발이, 그 외곽 지역에 나머지 50발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위력 경쟁을 벌이다 CEP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CEP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핵탄두 숫자를 4배, 탄두 위력을 8배로 높인 것과 비슷한 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 탄도미사일은 정확도가 떨어지기로 유명했다. 주력이었던 스커드(최대 사거리 300~500㎞)의 정확도는 450m~2㎞, 노동(최대 사거리 1300㎞)의 정확도는 2~3㎞에 달했다. 어디 떨어질지 몰라 더 겁난다는 농담으로 조롱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2020년 이후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신형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가 등장하면서 환골탈태했다. 미 전문가들도 “북 미사일이 외과 수술식 타격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해 군 당국이 개발한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2발이 표적에 연달아 정확히 명중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다. 첫 번째 미사일이 표적에서 불과 1~2m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 구멍이 생겼는데 두 번째 미사일이 이 구멍에 정확히 떨어지는 이른바 ‘홀인원’을 기록한 것이다. 세계 탄도미사일 개발사상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한다.
▶탄도미사일은 보통 순항미사일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KTSSM의 정확도는 1~2m에 불과하다. KTSSM은 2020년에도 해상 표적 한가운데에 명중하며 ‘홀인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우리 양궁 선수들이 먼저 쏜 10점 화살 뒤에 또다시 화살을 꽂는 신기(神技)를 뽐낸 것과 마찬가지다. 고도의 정확도를 갖는 홀인원 미사일들은 핵을 갖고 있는 북한에 우리가 그나마 큰소리칠 수 있는 ‘한국형 비대칭 무기’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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