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부산역 내 한 건물에서 50대 남성이 60대 여성 청소 근로자를 흉기로 위협하는 인질극이 벌어졌다. 범인의 저항은 격렬했다. 경찰이 범인을 테이저건으로 제압하고 검거했지만 테이저건으론 부족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기존의 38구경(탄두 지름이 0.38인치라는 의미) 리볼버 권총은 범인 검거를 넘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점이 문제였다. “범인을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개량된 총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다.
▶그 용도로 2020년 ‘저위험 권총’이 개발됐다. 저위험 권총은 비살상 무기(Non-Lethal Weapon)의 일종이기도 하다. 비살상 무기는 공격 대상을 죽거나 크게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무력화하는 무기를 말한다. 탄환이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기존 권총에 비해 위력은 10분의 1, 살상력은 그보다 더 떨어지는 것이었다. 플라스틱탄은 해외에서 시위 진압용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허벅지는 최대 7㎝까지 박힌다고 한다. 38구경 권총에 비해 약 25~30% 더 가볍게 만들어졌다. 손잡이 쪽에 전자 장치가 탑재돼 있어 사격 시간·장소·각도·발수 등 여러 정보가 저장돼 ‘스마트 권총’으로도 불린다.
▶인질 구출 등을 위한 대테러 작전에서도 저위험 총기와 탄환은 필수적이다. 테러범의 몸을 관통한 탄환이 잘못하면 인질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등에서 특수부대가 관통력이 뛰어난 탄환을 발사해 인질까지 희생됐다. 탄환의 위력은 장약(화약)의 양으로 결정되는데 대테러 작전에는 구경 5.56㎜ 소총보다 9㎜ 기관단총이 많이 쓰인다. 장약이 적고 탄두가 뭉툭해 관통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전의 특성상 적 병력이나 시설을 무조건 죽이거나 파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비살상 무기는 경찰뿐 아니라 군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소리로 상대방을 무력화하는 미군의 음향 무기 LRAD는 이미 개발돼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다. LRAD는 적군의 접근을 막거나 적대적인 군중 또는 위협 세력을 효과적으로 해산시키기 위해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음을 낸다. 소리 외에도 비살상 무기는 전자파, 초강력 접착제, 섬광, 전기 충격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인명 살상에 날로 민감해지는 현실 속에서 본격적인 비살상 무기 시대가 다가온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장비 보급과 함께 안전 수칙도 철저히 교육해 부작용 없이 시민 안전을 지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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