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5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의 요격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를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동안 무장 정파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로켓 공격에 대해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해온 이스라엘 요격 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이 지난 7일 하마스 로켓의 ‘소나기 기습공격’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 대응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 장사정포,하이브리드전 등 이스라엘전쟁 남의 일 아냐
하마스는 개전(開戰) 첫날 최대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퍼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 장사정포는 이보다 많은 시간당 최대 1만6000발의 포탄 및 로켓탄을 우리 수도권을 향해 쏠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장사정포 외에도 북한은 이번에 하마스가 패러 글라이더,오토바이 등을 활용해 게릴라전을 폈던 것처럼 유사시 대규모 특수부대를 동원한 후방침투 및 교란 전술 등 ‘하이브리드전’을 발전시키고 있어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8일(현지시간) ‘아이언 돔’이 기습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많은 사람이 “이스라엘이 자랑해 온 철통 방공망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르파리지앵의 보도처럼 그동안 아이언 돔은 ‘철통 방어’를 자랑해왔다.
◇아이언 돔, 10~20여발의 로켓 동시 요격능력 보여줬지만...
지난 5월엔 아이언 돔이 10발 이상의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동시에 요격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모두 270여 발의 로켓을 발사했지만 아이언돔 등 저고도 방공망에 대부분 요격됐다”며 “단 3발만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이언 돔 미사일은 동시에 날아오는 팔레스타인 로켓을 불꽃놀이 하듯 거의 동시에 요격했고, 일부 미사일은 지그재그형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 요격하는 놀라운 기동성을 보여줬다. 아이언 돔은 앞서 지난 2021년5월에도 20여발의 로켓을 거의 동시에 요격하는 영상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240mm 등 북한군 방사포 사격훈련 모습. 북한은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등 340여문의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전문가들은 이번에 아이언 돔이 일부 팔레스타인 로켓들을 요격하는 데 실패한 것은 동시 요격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너무나 많은 로켓들이 한꺼번에 날아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언 돔 레이더는 로켓이나 포탄, 미사일 등 분당 최대 200개의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언 돔도 소나기.벌떼 공격엔 한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숫자를 능가하는 로켓이나 미사일이 날아오면 요격은 불가능하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는 “‘숫자가 질(質)이다’라는 격언이 있는데 이는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값싼 무기라도 많은 숫자는 방어역량을 압도하는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첫 실전배치된 아이언 돔은 ‘진화적 개발’의 성공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처음 실전배치됐을 때엔 지금처럼 많은 표적들을 동시에 요격할 수 없었다. 요격할 수 있는 표적도 로켓·포탄 등에 국한됐고 미사일이나 드론은 요격이 불가능했다. 이젠 미사일·드론 요격도 가능할 정도로 진화했지만 설계 역량을 넘어서는 ‘소나기·벌떼’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과 군 당국은 북 장사정포가 하마스 로켓보다 훨씬 강력하고 동시 공격능력도 앞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에 주로 사용하는 까삼 로켓은 직경 60cm급의 조잡하고 작은 것부터 170mm급의 비교적 큰 것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사거리는 대부분이 최대 70km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 로켓보다 강력하고 정확한 북 240mm 방사포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는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다연장로켓) 두 종류가 있다. 북한은 1100문의 장사정포를 DMZ(비무장지대) 인근 최전방 지역에 배치해 놨는데 이중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340문 정도다. 이중 240mm 방사포가 200문, 170mm 자주포가 140문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0mm 방사포는 240mm 로켓 발사관 12개 또는 22개를 한다발로 묶은 두가지 형태가 있다. 원래 최대 사거리는 65km 정도였지만 개량형은 70km 이상으로 늘어났다. 170mm 자주포의 최대 사거리는 54km다. 특히 북한은 수년전 로켓에 유도장치를 달아 미사일처럼 정확한 240mm 유도로켓까지 개발해 배치중이다. 하마스 로켓보다 위력이 크고 정확도도 뛰어난 것이다.
지난해 2월 실시된 '한국형 아이언 돔' 장사정포 요격체계 비행시험 장면. /국방부 유튜브
군 당국 내부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 장사정포는 개전(開戰) 1시간 내에 최대 1만6000발의 포탄·로켓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고 한다. 개전 10분 내에 최대 5200발을 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실제 북한이 쏠 수 있는 포탄·로켓탄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K9 자주포와 KTSSM(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 등으로 북 장사정포를 타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6년까지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
하지만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장사정포는 현실적으로 북 1차 사격(기습)을 받은 뒤에야 대응포격이 가능하다. 날아오는 북 장사정포 1격(擊)을 요격하지 못하면 우리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북 장사정포 포탄·로켓탄 위력이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아 건물 안에 대피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에 이스라엘처럼 기습을 허용하면 상당히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아이언 돔 도입을 여러 차례 검토했었다. 하지만 북 장사정포 공격능력이 하마스 로켓을 훨씬 능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고 아이언 돔 도입 대신 독자 방어무기 개발을 결정했다. ‘한국형 아이언돔’이라는 불리는 LAMD(Low Altitude Missile Defense) ‘북 장사정포 요격체계’로, 2조8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중이다. 당초 2029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2026년으로 앞당겼다.
지난해 2월 첫 시험발사가 이뤄졌던 LAMD는 ‘해궁’ 국산 함정 탑재 요격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최대 20km 떨어진 미사일·로켓을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1개 포대는 32연장 발사대 6기, 총 192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돼 있으며, 레이더는 동시에 200개 이상의 표적을 탐지·추적, 130발 이상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요격미사일, 동시 요격능력 향상 등 과제도
문제는 해궁 미사일이 1발당 1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다수의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체계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유도장치 등을 간소화해 가격을 낮춘다고 하지만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1발당 5000만~6000만원 )보다 비쌀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수백발 이상이 날아올 경우 다 요격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싼 비용으로 동시에 다수 표적을 요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등 가성비 있는 대응수단 개발과 함께 장사정포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공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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