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삐~삐~' 한상재 강원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사는 어느 날 새벽 무응답 신고를 받았다. '또 잘못 걸린 전화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버튼을 눌러달라 말하자 다이얼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경사는 숫자 다이얼 소리로 신고자 주소, 폭행 피해 등을 확인하고 관할 지구대와 형사팀, 여청수사팀이 총출동해 신고자를 구조했다. 신고자는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뒤 가해자가 방을 나간 사이 자는 척을 하며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경찰청은 올해 중요 범죄를 해결하고, 범죄 예방·인명 구조에 기여한 112우수사례 모음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총 45개의 우수사례가 소개됐다.
지난 8월 3일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긴급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하고 격악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신경이 곤두선 김화원 경사는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고, 강력범죄 현행범 신속 대응 코드 버튼을 즉각 눌렀다.
김 경사는 공포에 사로잡힌 신고자를 진정시킨 뒤 "지금 경찰이 우리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고 다수의 경찰차가 출동 중"이라고 안심시켰다. 다행히 신고자는 생사를 오가는 범죄현장을 목격한 후 대피 중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힌 신고자는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줬다. 김 경사는 이를 토대로 '나이 불상의 남성, 고글 착용, 식칼 소지, 삭발한 머리, 팔에 문신이 있으며 AK플라자 광장에서 건물 내 2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 다수의 피해자 발생'이라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현장경찰관에게 전파했다.
분당 흉기난동 피의자 최원종(22)을 피해 신고자는 2층 여성 화장실로 대피했다. 김 경사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봉이나 소화기 등 무기나 방패막이를 들고 있어달라"며 5분동안 신고자를 안심시켰고, 신고자는 무사히 구조됐다.
장난전화로 여겨질 수 있는 112신고를 기지를 발휘한 사례도 있었다. 오연주 울산 울주경찰서 경위는 "엄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신고자에게 엄마인척 말하며 위치를 파악했고, 빠른 수색으로 신고자를 구조했다. 당시 신고자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발간사에서 "한 해 2000만 건의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위급한 순간 국민이 가장 먼저 찾는 꼭 필요한 존재로 성장했다"며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112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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