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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슬슬 보이는 '팁 박스'..."한국에서 굳이 필요한가요?"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16 16:32:18
조회 773 추천 2 댓글 21

어느 배달 전문 식당에 붙은 게시물. 해당 가게는 팁 명목으로 추가 지불을 선택할 수 있게 설정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 '사장님 힘내세요 +2000원'. 최근 한 배달 전문 식당의 팁(tip·봉사료) 요구 문구가 논란이 됐다. 해당 가게는 배달비 지원 명목으로 '사장님 힘내세요', '늘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 등 추가 금액 결제란을 열어놨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팁이 서비스 봉사료에 포함돼 있다"며 "강매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 서울의 한 유명 베이커리는 계산대 앞에 '팁 박스'를 놓았다가 소비자들에게 지적받았다. 팁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오가는 손님들은 음식을 서빙 받는 것도 아닌데 팁 박스가 있다는 것을 거북하게 여겼다. 한 고객은 "한국은 미국 등 다는 나라와 서비스체계도, 임금 지불 패턴도 다른데 소비자가 많다는 이유로 팁을 받는 문화가 퍼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팁을 권유하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카카오택시(카카오T)가 팁 지불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면서 팁 문화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다수 소비자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들은 소수 업체에서 도입한 팁 문화로 전체가 비판받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75% 시민 팁 절대 반대
16일 본지가 접촉한 대다수 소비자들은 한국에 팁 문화를 도입하는 데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류모씨(28)는 "팁을 안주면 비매너 손님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팁이 자발적인 게 아니라 강제가 된다"며 "정가제도 아니고 팁을 얼마 줘야 매너 손님이 되는 건지 고민하게 돼 골치 아프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대학원생 이모씨(30)는 "미국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는 시점에 우리가 도입할 이유가 없다"며 "자영업자들의 탈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시사 폴(Poll) 서비스 '네이트Q'는 성인 1만2106명을 대상으로 '국내 팁 문화 도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약 73%(8934명)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적극 수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답변은 5%(723명)에 그쳤다.

회사원 양모씨(25)는 "우리나라 특성상 팁 문화가 정착되면 손님의 서비스 질 평가 등 권리는 사라진 채 팁을 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봤다.

자영업자 "우리도 부담"
자영업자들도 팁 문화 도입에 대해선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섣불리 팁 제도를 도입했다가 가게 인식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행법상 업체가 팁을 강요할 수도 없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업주는 부가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을 메뉴에 표기해야 한다.

서울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조모씨(57)는 "일반음식점은 물가 상승으로 음식 가격을 이미 올렸기 때문에 팁까지 적용하면 손님들이 식사하기 부담스러워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씨(43)도 "미국에서는 팁이 당연한 정서라면 우리는 줄려는 사람도 없고 받으려는 사람이 없다"며 "동네 카페가 경쟁이 치열한 이상 팁 문화가 확산돼도 우리는 받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팁 문화의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미국에서도 최근 물가 상승과 더불어 과도한 팁 요구로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박상우씨(36)는 "대면 서비스가 전혀 없는 배달이나 테이크아웃까지 팁을 받고 있어 미국에서도 불만이 늘고 있다"며 "일부 식당의 경우 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어 그대로 물가 상승에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강명연 주원규 노유정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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