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혜화역 살인 예고 글을 올린 30대 왕모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07. photocdj@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무차별 살인하겠다며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당근마켓에 글 올리고 8초간 올린 것이 전부”라며 “내가 한 일은 협박에도 협박미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8일 협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인 왕모(31) 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지난 9월 13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왕씨 측은 “공소사실에 피해자가 특정돼 있다고 하는데 어플리케이션에 글을 올린 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사에게 “예비적 공소사실로 협박미수를 검토해 봐라”고 소송지휘했다. 협박과 관련해 특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재판부도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에 왕씨는 협박죄가 안된다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나는 당근마켓에 살인예고글을 올리고 8초만에 삭제했기에 협박미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협박죄는 형법 제283조에 규정돼 있는데 ‘사람을 협박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협박 상대방인 ‘사람’은 자연인만 되고 법인이 되지 않으나, 특정성에 대해 아직 명확한 법리가 확립돼 있지 않다. 따라서 왕씨와 같은 장소와 시간 정도만 특정하고 일반 공중에 대한 살인예고를 한 경우에 협박죄에서 특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살해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고 인원, 나이, 성별 등 불특정 다수를 협박한다고 협박죄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지함 이지훈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테러’ 예고한 사람을 처벌하고, 이들로부터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중 협박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씨는 지난 8월 4일 새벽 2시43분께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할 테니 이 글을 본 사람은 피하라"고 협박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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