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데리고 법정 왔지만 구속영장 그대로 발부 이미 한차례 도주해 "도주 우려"로 영장 발부 죄질 중하면 '결혼', '임신', '봉양' 전략도 안통해
[파이낸셜뉴스]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고 이선균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이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 A(28·여)씨가 지난달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어린 자녀를 안고 출석했다. 누리꾼들은 A씨의 행동이 '아기방패' 전략이 아니냐는 비난을 보낸 바 있다. A씨의 이런 전략은 의미있는 행동이었을까. 유사한 다른 사례는 어땠을까.
도주 전력이 발등 찍어
A씨의 '아기 방패' 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영장 심사 전 A씨의 결정적 행동이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A씨는 앞서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고 도주했다가 27일 붙잡혔다. 영장 발부의 핵심 사유인 '증거 인멸 혹은 도주 우려'중 이미 '도주'를 실행한 피의자였다.
영장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에는 크게 4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우선 피의자가 죄를 범행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는지도 따진다.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지도 고려 사항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거가 일정한지 여부도 도주 우려를 따질때 영장 발부 고려 요소가 된다.
A씨가 '도주'라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영장 발부 조건이 달라졌을까. 법조계에선 그래도 판사의 판단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이를 대신 돌볼 사람이 없어 일터에 꼬박꼬박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판사는 이를 '피의자의 사정'이라 보기보다는 '보여주기 전략'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틀 후 결혼식", "아내가 출산" 모두 안통했다
죄질이 중한데 판사의 마음을 훔치기는 쉽지 않다. 법조계에선 결혼식이나 임신, 부모 봉양 등으로 동정심을 호소해도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사례도 있다.
B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 "이틀후 결혼식"이라며 청첩장까지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판사는 구속영장을 그대로 발부했다. B씨 가족들은 코로나 핑계를 대며 부랴부랴 결혼식을 미뤘다.
C씨는 "곧 아이 출산하는 아내가 있다"며 가족을 동원해 탄원서를 냈다. 구속영장은 그대로 발부됐다. 아내와 처자식을 자신이 돌봐야 한다며 자비를 바랐지만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다. 판사는 C씨가 저지른 죄와 증거인멸, 도주우려에 초점 맞춰 구속 여부를 판단했다. 연로하신 부모 봉양을 들먹이거나 장애가 있는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고 읍소한 피의자도 있었지만 영장 발부를 막지는 못한 사례도 있다.
법률사무소 강온 류지웅 변호사는 "보여주기식 읍소 전략은 안통한 사례가 많다"면서 "피의자 입장에서 구속을 피하려면 일부 혐의는 명쾌하게 인정하고 검사가 채증하여 법원에 제출될 증거가 충분하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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