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렇게 추운 겨울이 다시 있을까 싶어요" 갑작스러운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해 12월 16일. 사상 초유의 '경복궁 낙서 테러'가 발생했다. 복구 현장을 2주간 이끈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옷의 모든 주머니마다 핫팩을 넣고 추위와 싸웠다. 현장을 누빈 직원들도 함께 떨며 교대로 작업을 이어갔다. '속도전'이 필요한 복구작업을 추위 때문에 미룰 수 없었다. 정 과장은 "직원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정 과장은 21년째 문화재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번 만큼 황당한 일은 처음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문화재 스페셜리스트'들도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야외 작업환경, 영하의 날씨 등 변수가 많았다. 복구가 시작된 다음날 일어난 모방 범죄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스프레이로 써져 있는 커다란 글씨들을 보며 "안 지워지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앞섰다.
복구팀은 2007년 삼전도비 사례를 참조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작업은 성공적이다. 1차 작업은 스프레이 제거 위주로 진행됐으며 전체 작업 진행률은 약 80%다.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구 처리된 담장의 상태 변화를 관찰한 뒤 오는 4월께 마무리 후속 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 과장은 "짧은 시간 안에 잘 지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 4일 1차 작업이 끝난 담장이 공개됐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작업 과정에서 복구팀이 가진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한다. 정 과장은 "온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 문화재를 훼손 전의 100%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추가 작업에 있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문제가 발생하거나 예상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까 조마조마했다"고 회상했다. 작업 초기 가림막 설치를 위해 못을 사용할 일이 있었는데, 한 시민이 이를 보고 "문화재를 더 훼손하는 것 아니냐"며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복구팀은 가림막 안에서도 시민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부담감만 있던 것은 아니다. 애정 어린 시선에 미소가 지어지는 일도 있었다. 어느날 국립고궁박물관 복구팀 앞으로 택배가 도착했다.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뉴스를 본 한 시민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핫팩 150개를 보낸 것. 이 시민은 편지를 통해 "이렇게 고생을 하시는 작업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핫팩을 여러 개 사서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핫팩을 받은 복구팀은 더욱 힘내서 작업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하얀색 방진복을 입은 복구팀을 알아본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따뜻한 음료수나 붕어빵 같은 간식을 사다 주기도 했고, "힘내시라"며 응원을 보내곤 했다. 정 과장은 "국민들이 이렇게 문화유산에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 벅찼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문화유산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낙서 한번 쓴 것을 지우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야 했다"며 "문화 유산을 같이 활용하고 보존하기 위해, 사소한 훼손이라도 온전한 복구가 어렵다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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