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부를 상대로 5억원 이상의 사기를 쳤지만 이들 2사람에게 송금받은 금액이 각각 4억7500만원과 1억원이라면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은 5억원 이상 범죄에 3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피의자측은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 피해자 각각에 대한 사기금액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포괄일죄'라고 판단했다. 부부 각각에게 송금받아 사기를 쳤지만 결과적으로 이 부부를 대상으로 한 1가지 범죄라고 본 것이다.
"땅 분양 수익금 준다" 속여 거액 편취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개발업자 A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A씨는 2010∼2011년 부부인 피해자들에게 양평군 옥천면 임야를 분양해 원금과 평당 계산한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부부 중 한 사람으로부터 4억7500만원을, 다른 한 사람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밖에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4000만원, 2억2000만원, 1억3500만원을 받고 2022년 2월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의 쟁점은 부부 대상 사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특경법은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정한다.
대법원, "2건이지만 같은 사기로 봐야"
피고인측은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한 논리를 폈다. 부부지만 두 사람 각각에 대한 사기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A씨 측은 "부부별산제의 원칙에 비춰 볼 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각 피해자에 대한 각각의 사기죄를 구성한다"며 "하나의 범죄(포괄일죄)가 아닌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5억7500만원짜리 범행 1건이 아니라 4억7500만원과 1억원짜리 범행 총 2건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특경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전부 유죄로 인정해 합계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은 마찬가지였으나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10개월로 감형했다.
피고인측의 주장은 대법원에서도 먹히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는 공통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공동재산의 매도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통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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