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장비 직접 수출에 이어 제조 기술까지 중국에 유출 시도 친동생이 구속되자, 형이 범행 주도
대검찰청. 사진=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이자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의 첨단 세정장비 제조 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기려 한 이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실행됐으면 수조원대의 피해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2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이 같은 혐의(부정경쟁방지법위반상 영업비밀누설,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로 A씨 등 주범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적극 가담한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중국으로 선적 직전 상태인 21억원 상당의 세정장비를 압수했다.
A씨는 2022년 5월 국내 1위 반도체 제조장비 전문회사로부터 빼돌린 설계 자료로 반도체 세정장비를 제작한 뒤 중국 관련 장비 4대 기업에 수출해 34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기소된 이들은 이 과정에서 범행을 도운 중국영업 총괄, 경영지원팀장, 설계 책임자 등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의 친동생이 같은 혐의로 먼저 구속되자, 동생이 대표로 있던 회사를 대신 운영하면서 이 같은 범행을 이끈 것으로 드러났다.
세정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 오염물 등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것으로 대당 50억원의 가치를 지닌다. A씨 등이 장비를 수출한 중국 기업은 지난해 12월 기술유출 의혹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에 지정됐다.
A씨는 안정성이 검증된 장비를 납품해 달라는 중국 기업의 부탁을 받고 동생 회사에 남아 있던 국내 반도체 기업 설계 자료를 다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자, 8차례에 걸쳐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나눠 수출한 후 중국 현지에서 조립·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검찰의 추징보전에 대비해 세정장비 수출대금 14억원 중 12억원을 친동생의 아내 계좌에 숨겼다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장비 수출에 멈추지 않고 세정장비 제작 기술 자체를 중국으로 넘기려 했다는 점이다. 이미 이들은 중국 기업과 공모해 현지 법인 설립과 사무실까지 마련한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정장비 조립・제작을 위해선 설계도면뿐 아니라 세팅 등 핵심정보가 모두 필수적으로 제공돼야 하는데, 핵심인력 구속 등으로 추가 유출이 차단됐다”면서 “만약 기술이 중국에 그대로 유출됐을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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