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키움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2)은 지난 6월5일 고척 LG전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 샌드위치 100개를 쐈다. 5월말 팔꿈치 부상으로 1군에 빠져있던 중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 데뷔 첫 승을 거둔 조영건의 데뷔 첫 승 기념턱을 대신했다. 데뷔 2년차로 리그 최저 연봉(2700만원)을 받는 조영건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했다.
10일 대전 한화전 승리 후 만난 브리검은 4개월 전 일을 떠올리며 “조영건 첫 승 기념으로 샌드위치를 샀다. 조영건은 저연차 선수이고, 아직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내가 선배로서 쏜 것이다”며 웃은 뒤 “한국에서 4년을 보내며 이런 문화에 많이 익숙해졌다.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 자녀들도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5월 키움의 대체 선수로 한국에 온 브리검은 어느덧 4년차 베테랑이 됐다. 같은 해 대체 선수로 들어온 제이미 로맥(SK), 멜 로하스 주니어(KT)와 함께 리그 최장수 외국인이다. 매년 변동성이 잦은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4년째 롱런하고 있다.
앞서 3년 연속 규정이닝 10승을 기록하며 꾸준함을 과시한 브리검, 그러나 올해 고비가 찾아왔다. 팔꿈치 통증으로 두 번 이탈했고, 두 달가량 1군 자리를 비워 팀도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부상 복귀 후에는 한동안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조금씩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8월13일 고척 한화전부터 최근 11경기에서 63⅓이닝을 던지며 8승3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62개로 에이스의 모습을 찾았다. 이 기간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3위로 정상급 활약 중이다. 어느새 시즌 성적도 9승5패 평균자책점 3.69. 4년 연속 10승에도 1승만을 남겨놓았다.
10일 한화전에도 7이닝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2경기 연속 선발 조기 강판으로 불펜을 소모한 키움으로선 브리검의 7이닝 투구가 큰 힘이 됐다. 경기 후 김창현 키움 감독대행은 “브리검이 의욕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에이스 역할을 해줘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브리검은 “불펜이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어 좋았다. 전반기 팔꿈치가 아파 고생했고, 시간을 많이 빼앗겼지만 이제는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 포스트시즌에 맞춰 좋은 상태를 유지하겠다”며 “4년 연속 10승 기록도 알고 있지만 지금 팀이 순위 싸움 중이다. 개인 기록보다 1경기, 1경기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움은 손혁 전 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연일 시끌시끌하다. 순위 싸움 중인 선수들도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브리검은 “야구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 모두 믿고 의지하면서 재미있게 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다함께 서로 도우며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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