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미디어뉴스] 배경동 기자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개막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덩샤오핑에 이은 탁월한 개혁가'라고 지칭한 1만 자 분량의 글을 게재했으나 돌연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권력 내부에서 시진핑 주석의 노선을 두고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3중전회를 맞아 지난 15일 장편 논평 '개혁가 시진핑(改革家习近平)'을 게재했지만 돌연 삭제하고 비공개 처리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중국 매체들은 신화통신 논평이 발표된 뒤 앞다퉈 전문을 그대로 실었으나 현재는 홍콩 문회보 정도를 제외하면 이 글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적했다.
신화통신은 기사에서 시진핑 주석을 덩샤오핑에 이어 또 다른 뛰어난 개혁가로 평가하며, 시 주석의 통치 시대를 새로운 개혁의 시기로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진핑은 덩샤오핑에 이어 또 다른 뛰어난 개혁가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시진핑 통치의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개혁의 시기이며 다양한 기회와 도전에 직면한 지금이 새로운 개혁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덩샤오핑이 1978년 공산당 중앙위원회 11기 3중전회를 통해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 시대를 열었다면, 시 주석이 주도한 2013년 18기 3중전회 역시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후 신화통신에서 해당 기사는 돌연 삭제됐다.
이에 대해 대만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밍쥐정은 "이는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라며 "신화사가 무엇을 내놓은 뒤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이 그것을 삭제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제학자 청샤오농은 "시진핑 주석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해 삭제하도록 명령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중국 경제 현실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시진핑 주석을 마치 경제개혁에 성공한 사람처럼 띄운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급기야 기사 철회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 왔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화통신의 특집 기사 삭제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개혁이 실제로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화통신은 17일 "3중전회에서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할 데 관한 몇 가지 주요 문제에 관한 결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인민일보도 17일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하기 위한 강력한 이념적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며 "당의 개혁 지도력을 강화해야 하고, 특히 서구의 이론과 견해를 모방하거나 응용하지 않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확고히 따라야 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들 관영 언론의 보도와는 반대로 시진핑은 오히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후퇴시키며 '공동부유'와 '자력갱생'을 내세워 마오쩌둥식 공산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 역행하는 시진핑을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과 비교했다는 것 자체가 어떤 중국인이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프린스턴 중국 연구소의 천쿠이데 회장은 "시진핑의 소위 '개혁'은 실제로 '반 개혁'"이라면서 "시진핑은 철저하게 국진민퇴(國進民退)를 내세우면서 공산당이 중국의 경제를 이끌도록 한 것 자체가 개혁개방과는 정반대의 길로 간 것"이라고 RFA를 통해 비판했다.
천쿠이데 회장은 "시진핑은 중국 인민을 지키는 정책이 아니라 오직 공산당을 지키기 위한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이렇게 간다면 중국의 모든 정책들은 마오쩌둥 시대로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소위 개혁개방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득은 근본적으로 중국이 자본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며 서구 국가의 시장경제 사상을 받아들인 결과지만 시진핑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이 공산주의 이념을 고집하는 한 중국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샤오농은 시진핑이 생각하는 '시진핑식 개혁'이란 독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시진핑의 개혁 개념은 중국 인민들이 생각하는 개혁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시진핑은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이 닦은 중국 개혁개방의 기초를 공산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보고 이제 이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이 중국을 재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을 살리려면 시진핑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포함되기 때문에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의 젊은이들은 삶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면서 중국 사회,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푸단대학과 웹사이트 베이리베이리(北里北里)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젊은 네티즌의 49.4%가 '자신의 일자리와 미래 문제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22년에는 그 비율이 77.1%로 급증했다.
또한 2021년에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27%가 응답했지만, 1년 뒤인 2022년에는 44%까지 증가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약 두 배가 된 것이다.
신화통신의 '개혁가 시진핑'이라는 특집기사가 돌연 삭제됐다는 것은 공산당이 보기에도 낯부끄러운 찬양 기사였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 지도부 내부의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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