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운행중인 4세대 랜서 에볼루션 / 사진 = 네이버 남차카페 'Kyoungwoo Kim'님 제보
20세기 중후반부터 세기말까지, 전 세계 공도를 뒤흔들던 머신이 존재했다. 4도어 세단의 형태를 띠고 구동계는 튼실한 4WD를 지녔으며, 기본적으로 심장에는 터보를 심어놔 비교적 컴팩트하고 가벼운 바디에 고출력을 도모했던 ‘악동’같은 존재였다.
그 차의 이름은 ‘랜서 에볼루션’ 혹은 ‘란에보’로 불렸던 차였다. 경쟁자로는 스바루의 임프레자가 존재했고 랜서 에볼루션이 단종을 맞이할 때까지 라이벌 관계로 경쟁해왔다. 랜서 에볼루션이 탄생의 일화는 바로 ‘WRC’다. 그리고 원래 랜서 에볼루션의 존재는 판매의 목적보다 호몰로게이션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상업성보단 상징성에 의미를 둔 모델이었으나, 훌륭한 성능으로 JDM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엄청난 팬덤을 형성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저 그런 소형차에서
고성능으로 거듭나기까지
랜서 에볼루션을 논하기 전에 일반 ‘랜서’모델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1973년 2월이었다.
당시 미쯔비시의 경차 미니카와 중형차 세그먼트였던 갤랑의 사이를 메꾸기 위한 목적으로 준중형 세그먼트인 랜서를 출시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FR 플랫폼이 주력이었다. 4도어 세단, 2도어 쿠페, 3도어 쿠페, 5도어 왜건까지 다양한 종류를 출시하여 선택지의 폭을 넓혔다. 특히 이 1세대 랜서의 플랫폼이 현대차와 연이 좀 있는데, 이 플랫폼이 현대 포니에 적용되었고 엔진과 변속기도 1.2L 새턴 엔진이 적용된 것이다.
아무튼, 랜서는 세단과 쿠페 왜건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하였지만, 그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인 1600 GSR, 2000 GT도 존재했다. 이후 1979년에 데뷔한 2세대 랜서에서는 터보와 인터쿨러를 장착한 1800 GSR 그리고 GT 터보가 출시하면서 스포티 라인업으로 등장하여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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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6세대 랜서
197마력의 1.8L 터보보다
더 강력한 그것
6세대 랜서의 고성능 스포티 라인업은 1.8L GSR 이었다. GSR의 적용된 엔진은 오늘 다룰 랜서 에볼루션의 2.0L 4G63 엔진을 얹게 되는 기초가 되는 엔진이 되기 한다. 전술했다시피 랜서 에볼루션은 원래 정식 라인업으로 판매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1세대 랜서 에볼루션의 파워 트레인은 4G63 DOHC 엔진에 최대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31.5kg.m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출력을 자랑했다.
1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호몰로게이션을 맞추기 위한 일환일 뿐이었고, 2,500대만 한정 판매를 염두에 둔 모델이었다. 그러나 광고를 일절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500대가 금방 매진되버리는 사태가 되고 말았다.
미쯔비시 측은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추가로 2,500대를 더 생산하였지만, 이마저도 금방 완판이 돼버리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랜서 에볼루션의 가치는 점차 오르고 있는 요즘이지만, 1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말해서 뭐하나 싶을 정도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검정색상의 1세대 랜서 에볼루션이 딱 1대가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팝콘 사운드의 시초
2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건너 뛰었다. 이유는 1세대에서 냉각계만 손봐 출력 면에서 소폭 상승이 이뤄졌고, 광폭 타이어를 장착하여 주행 성능에 개선을 해 비교적 소소한 변화만 존재했다.
아무튼 3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에어로 다이나믹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모델로 손꼽힌다. 비교적 심심했던 기존 랜서 에볼루션들과는 달리 에어로 파츠들의 형상이 더 공격적으로 변했고, 전면부 공기 흡입구가 대폭 커진 게 큰 특징이다.
이 3세대 랜서 에볼루션이 에어로 다이나믹과 냉각에 효율을 중점으로 두다 보니 최대 출력은 270마력까지 향상되었다. 그리고 호몰로게이션 규정상 양산형 차량에도 적용이 되어야 하는 탓에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랜서 에볼루션에도 미스 파이어링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순정 상태에선 동작하지 못하게끔 락이 걸려있기 때문에 별도의 ECU 튜닝을 거쳐야지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미스 파이어링 시스템은 ‘터보랙’을 무마시키기 위한 장치로 당시의 기술로서는 부자연스러운 기술이었다. 이 말인즉 배기 라인에 연료를 강제로 분사하여 폭발시키는 원리로 작동하게 되면 연비가 심각하게 안 좋아지며, 소음도 대포 터지는 소리가 나다 보니 데일리로 운행하기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4세대
랜서 에볼루션
토미 마키넨이 4세대 랜서 에볼루션으로 1997년 WRC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2년 연속 차지하게끔 만들어준 모델이 바로 4세대 랜서 에볼루션이다. 4세대 랜서 에볼루션을 시작으로 고급 사양인 GSR 모델을 한정으로 AYC (액티브 요 컨트롤)이 탑재되기도 한 모델이다.
늘어난 무게와 불어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코너링의 성능은 일취월장하게 좋아졌다. 엔진 또한 많은 개량을 거쳤고, 피스톤의 개선과 트윈 스크롤 터빈의 장착이 주된 개선 사항이었다.
덕분에 당시 일본의 마력 규제의 기준치였던 280마력에 도달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역대 랜서 에볼루션들 중 가장 수려한 외모를 가졌고 얌전한 모양새를 갖췄기 때문에 튜너와 일반 오너들 사이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다만 자세를 중시하는 이들에겐 환영받지 못한 모델로도 손꼽히는데, 이유는 오버휀더가 적용되지 않은 탓이다. 덕분에 온 로드 주행을 지향하는 이들에겐 폭이 큰 휠을 장착할 수 없는 차량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가치는 나날이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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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랜서 에볼루션까지만 하더라도, 순정상태의 타이어와 브레이크는 성능 대비 받쳐주질 못했다. 덕분에 랜서 에볼루션을 샀다 하면 기본적으로 하는 튜닝이 바로 브레이크와 타이어 그리고 휠이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그 기본기를 드디어 개선한 모델이 바로 5세대 랜서 에볼루션이다.
최대 출력은 280마력으로 동일하지만, 터빈을 개량해 부스트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공격적인 전면부 마스크와 오버휀더의 적용, 대폭 커진 타이어, 성능에 걸맞은 브레이크 시스템 등은 서킷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4세대 랜서 에볼루션만 하더라도 경쟁사 차량들이었던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 마쯔다의 RX-7 같은 본격 스포츠카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때 나온 모델들이 미쯔비시 WRC 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세월이었고, 양산차 부문 Gr-N에서도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후 6세대에선 소재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5세대의 하체를 기본으로 하며, 휠은 티타늄 합금 터빈 베어링을 적용해 터보랙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고질적이었던 리스폰스를 개선하였다. 이후 토미 마키넨이 4년 연속 챔피언십을 달성한 기념으로 T.M.E라는 한정판 에디션이 나오기도 한 모델들이다.
랜서 에볼루션 사상 최초로
자동 변속기 탑재
2001년 2월 밀레니엄 시대가 지나고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때 랜서 에볼루션은 또 한 번 풀체인지를 거듭하게 된다. 7세대부터 액티브 센터 디퍼렌셜(ACD)가 적용되었으며, 전자식으로 전륜과 후륜의 트랙션을 제어하는 장치였다.
7세대부터 4WD의 고질적이던 극심한 언더스티어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모델이 바로 7세대 랜서 에볼루션이었다. 액티브 요 컨트롤(AYC), 액티브 센터 디퍼렌셜(ACD)가 적용된 덕분에 언더스티어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당시 외신의 평가에 따르면 “랜서 역사상 최강의 선회력”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
아마도 역대 랜서 에볼루션 중에서 가장 성의 없는 실내이지 않을까 싶다.
이후 2002년 1월 GT-A라는 모델이 출시하게 된다. GT-A라는 모델은 5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 랜서 에볼루션이며, 출력은 자동 변속기 특성상 272마력으로 디튠되었다. 이 밖에도 에어덕트 삭제와 더불어 공격적인 리어 스포일러의 변화도 특징이다.
8세대로 접어들어서는 양산형 세단으로는 최초로 ‘카본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했다. 액티브 요 컨트롤의 로직을 개선하였고, 8세대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에 수출이 되기 시작했으며, Mitsubish Racing의 약자인 MR 모델 즉, 랜서 에볼루션의 최상위 모델이 출시하게 된다.
랜서 에볼루션 최초로 장착된
‘가변 밸브 타이밍’
9세대 랜서 에볼루션
9세대 랜서 에볼루션으로 접어들면서 미쯔비시는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을 접목시키게 된다. 이와 더불어 터빈 베어링의 소재를 마그네슘 합금 재질로 변경하여, 저속 영역에서 허당치던 현상을 개선하였고 고회전 영역에서 열을 꾸준히 받으면 축 늘어지는 리스폰스를 개선하였다. 물론 가변 밸브 타이밍의 기술까지 접목하여 얻어진 결과물이다.
8세대부터 원가 절감에 꾸준한 시도를 하였고, 9세대로 접어들면서 스페어타이어 대신 타이어 리페어 킷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원가 절감을 위해 가지치기 모델인 GT 트림도 신설하여 판매에 돌입하였다.
현대의 문제아 ‘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한 엔진
드디어 대망의 10세대 랜서 에볼루션이다. 2007년 4월에 출시된 이 녀석은 6단 트윈 클러치 자동 변속기와 5단 수동 변속기가 탑재되었다. 7세대에 이은 2번째 자동 변속기 모델이다. 2008년에는 일본의 마력 규제가 풀리게 되면서 280마력을 가지고 있던 엔진이 300마력으로 변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월드 와이드 버전 즉, 수출형 모델들은 295마력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정식으로 팔렸던 랜서 에볼루션들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10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현대차의 문제아 4B11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그러나, 현대차에서 문제가 많았던 것과는 달리 미쯔비시에서는 순정상태 기준으로 주기적인 소모품 관리만 해주면 별달리 특별한 트러블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쯔비시의 수십 년간 다져진 노하우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오버행이 짧아져 코너링이 대폭 향상되었다. 또한 차고도 낮아져 주행 안정성에 있어 큰 이점을 발휘했으며, 풀체인지 모델답게 차대 강성도 월등히 높아졌다. 다만, 무게가 늘어난 건 덤이다.
미쯔비시의
실적 부진 비싼 가격
대한민국에는 랜서 에볼루션이 출시했을 당시 가격은 6,200만 원이었다. 당시 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차는 당연하게도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은 가볍게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화가 폭등했던 시절에는 6,620만 원까지 인상되어 판매량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런치 초기에는 약 250대가량이 계약되면서 판매에 순항을 예상했으나, 세타 엔진 논란, 미쯔비시 코리아 철수 논란, 극악의 연비 등의 이유로 계약이 불발되는 사태가 발생되었다.
랜서 에볼루션의 실패 이후 곧바로 미쯔비시 코리아는 2013년에 철수를 감행했다. 이후 미쯔비시 자체적으로도 경영권의 악화가 극에 달했으며, 내놓는 신차들 모두 좋지 않은 반응과 르노에 인수합병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후 2015년에는 일반 랜서 모델은 일본에서 단종의 수순을 밟게 되어 미쯔비시 자체 생산 라인업에서 삭제가 돼버렸다.
랜서 에볼루션 또한 2015년 4월 1,000대 한정으로 주문받아 생산한 파이널 에디션을 마지막으로 역사가 끝나게 되었다. 이제 ‘랜서’라는 이름은 해외에서나 볼 수 있게 된 차가 돼버렸다.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것과 달리 처참하게 말년을 보낸 랜서와 랜서 에볼루션, 부활을 꿈꾸기에도 이제는 친환경 파워 트레인이 대세인 만큼 앞으로의 부활을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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