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가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말인 2012년 여름 지지율이 뚝 시들해지자 그걸 좀 끌어 올려보자고 헬기 타고 독도에 날아가서 반일 감정을 한껏 자극했다. 전직-현직을 통틀어 역대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그게 처음이었는데, 바로 그게 한일관계를 작살낸 대표적 과오로 지금껏 지적된다. 실은 그 한해 전 당시 헌법재판소가 결정적인 사고를 쳤다.
"한국정부가 위안부의 배상 청구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고 때문에 위헌(違憲)"이라며 정대협(현 정의연)이 제기했던 헌법소원을 덜컥 받아들였다. 이 나라의 광범위한 반일 정서에 사법부가 굴복한 꼴이었다. 이후 등 떠밀린 국내 정치권의 무책임한 반일 질주가 시작된 게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일본 아베 총리와 앙앙불락을 하고 중국 사이에 끼어 눈치를 보다가 겨우 임기 말에 들어서서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타결지었다. 나름 훌륭했다. 하지만 그것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서 바로 지워지고 말았다. 들쭉날쭉하던 한일관계를 극적으로 정상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정부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눴다. ⓒ연합뉴스
그는 일본을 끌어안고, 최고의 동맹인 미국과 어깨동무를 하는데 성공했다.그런데도 국민은 당시 결단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윤석열 지지율이 올라가지도 않았다. 외려 좌빨이 난리치고, 북한과 중국까지 똘똘 뭉쳐서 윤석열 퇴진 운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이 엉뚱하게도 다시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한일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라인야후 사태를 둘러싸고 연일 반일 공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일 죽창가를 들고 설치는 꼴인데, 이러다간 자칫 문재인 정권 때 벌어졌던 최악의 반일 불장난으로 번질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가 중심을 꽉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반일 불장난의 선두에 선 것은 조국이 대표로 있는 조국혁신당이다
그가 며칠 전 독도를 갑자기 방문하자 발끈한 일본 정부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평지풍파도 이런 평지풍파가 없다. 대한민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에 따른 돌출적인 독도 방문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다는 걸 재삼 보여준 것이다.
독도에 들어간 조국은 "(네이버가 일본에 투자한) 라인야후 사태를 주도하는 일본 총무성 마쓰모토 다케아키 장관의 외고조부가 이토 히로부미로 조선 침탈의 선봉장이었다"고 황당한 주장을 반복했다. 자던 소가 웃을 판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공격하면서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從日)·숭일(崇日) 정권"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인야후 사태를 비판하기 위해 독도를 끌어들인 것은 그야말로 엉뚱한 대응이다. 그게 모두 반일 정신병이 다시 도진 꼴이다. 반일 감정만 건드리면 알아서 흥분하는 대중을 겨냥해서 저들이 또 장난치는 것이다. 지금 좌파 진영의 목표는 하나다. 이 사건을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한일관계를 흔드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얼마 전에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고 말하던 사람이 아니던가? 저들은 중국 앞에서 굽신거리고, 일본 앞에서는 으르렁대면서 그걸로 반일을 넘어 반미로 치달으려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네이버나 일본의 라인야후 같은 기업 경영이란 게 어설픈 애국심으로 좌우할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저런 짓을 대놓고 벌인다.
동시에 기가 막힌 건 이른바 왕년의 민족지라는 조선일보다. 일본이 한국의 원천기술이 담긴 라인을 강제로 빼앗아가려 한다는 시각부터 문제가 있다. 그건 국익 침해라고 흥분할 필요도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어느 신문의 보도대로 라인의 가치가 10조원인데, 그걸로 AI나 웹툰 등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자극할 요소가 없지 않지만 그럴수록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라인야후의 데이터 및 네트워크 관리를 맡은 네이버 클라우드가 제대로 보안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라인 메신저를 이용하는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엔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인 2021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겨 일본 정부가 나섰던 것이다. 때문에 딱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은 아무래도 한국 정부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성과는 누가 뭘래도 한일관계 정상화가 아니냐? 국민 앞에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쓸데없는 반일 불장난이 초가삼칸을 태우지 않도록 처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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