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들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엔진, 동력을 공급하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에 엔진 기술 경쟁력이 곧 자동차 회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1991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알파엔진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는 승용차 엔진은 물론 상용차 엔진까지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경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는 30년간 달려온 엔진 개발을 멈추고 엔진개발센터를 전격 폐지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은 전동화개발담당으로 개편했다. 이전에 디젤엔진 개발 중단에 이어 가솔린, LPG엔진까지 내연기관 엔진은 아예 개발하지 않을 것이며, 전기차로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말 현대차는
디젤엔진 개발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디젤엔진 신규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모델에 장착되는 현행 디젤엔진의 개량형만 추가할 뿐 신규 디젤엔진은 개발하지 않는다.
현재 현대차그룹에 적용되는 디젤 엔진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소형급에 적용되는 U엔진, 중형과 대형급에 고루 적용되는 R엔진, 모하비에 적용되는 S엔진, 소형트럭과 스타렉스에 적용되는 A엔진, 그 외 상용차에 차급별로 F, G, H, L엔진이 탑재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가솔린과 디젤 파워트레인 연구조직에 대해 유종 구분을 없애는 조직개편을 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엔진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연구인력을 재배치했다.
다만 가솔린 엔진은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방침을 정했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솔린 엔진도 언젠가는 신규 엔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엔진개발센터 폐지
신규 엔진은 이제 개발하지 않는다
최근 현대차는 연구개발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전격 폐지했다. 즉 앞으로 신규 엔진은 개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전에 디젤엔진 개발 중단할 때 가솔린 엔진은 당분간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개발이 중단되었다.
자동차에 있어 엔진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엔진개발센터는 연구개발본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변방의 이름 없던 자동차 제조사에서 글로벌 탑 5 제조사로 끌어올리는데 많은 기여를 한 부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기차 시대가 점차 다가오자 더 이상 가솔린 및 디젤엔진 신규 개발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했다.
파워트레인 담당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와 동시에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담당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파워트레인담당은 전동화개발담당으로 변경되었으며, 그 아래에 있던 엔진개발센터는 폐지되고 배터리개발센터는 신설되었다. 엔진개발센터에 있던 엔진설계실은 정동화설계센터 소속으로 옮기고 현행 엔진을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역할만 한다.
그 외 파워트레인시스템개발센터는 전동화시험센터로, 파워트레인성능개발센터는 전동화성능개발센터, 전동화개발센터는 전동화설계센터, 파워트레인지원담당은 전동화지원팀으로 변경되었다. 전동화성능개발센터는 제품통합개발담당으로 이관되었다.
이번에 새로 신설된 배터리개발센터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곳으로, 배터리설계실과 배터리성능개발실, 배터리선행개발실 등이 자리 잡는다. 다만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양산은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다른 배터리 업계와 협력은 할 수 있다.
연말 인사에서 새로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은 박정국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제 전동화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라며 “과거의 큰 자산을 미래의 혁신으로 이어가기 위해 ‘엔진-변속기-전동화 체계’를 ‘설계-시험 중심 기능별 체계’로 변경한다"라고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최근 “가능한 한 빨리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기 위해 전동화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부서 간
벽도 허물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개발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연구개발부서 간 벽도 허물었다. 기존에는 차급별 프로젝트매니지먼트 담당과 제품통합개발담당이 따로 있었지만 이를 합쳐 설계부터 양산까지 차량 개발 조직을 일원화했다. 또한 연구개발본부장과 센터장이 직접 소통해 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연구개발본부의 센터 2~6개를 총괄하는 담당급 조직을 상당수 폐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서 이기주의를 뜻하는 사일로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정의선 그룹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새해를 앞두고 이번 조직개편이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내연기관은 후발주자였지만
전기차 시장은 리더가 되겠다
현대차는 다른 유명 브랜드에 비하면 역사가 짧은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한 브랜드도 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후발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현대차 모델에 대한 평가를 보면 "후발주자이지만 훌륭하다"와 같은 맥락의 내용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비교적 최근부터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해외 다른 브랜드와 동일 선상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가 지금부터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자들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다. 테슬라가 2000년대에 설립된 회사임에도 세계적인 회사가 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
이런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내연기관차도 제대로 안 만들면서 전기차를 만든다고?", "기존에 있는 문제점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 아닌가?", "전기차는 아직 시기 상조인데?"등의 반응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가 아직 시기 상조라고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전기차로 다 바뀔 건데 지금부터라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시대 흐름을 잘 타는 것도 성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앞서나가는 한국의 대표 기업이 되자"등 현대차를 응원하는 반응이 많다.
다른 브랜드도
내연기관 개발 중단하고 있다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현대차
벤츠와 폭스바겐은 올해 초 신규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기존 엔진을 업그레이드만 진행할 것이며, 앞으로 전기차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2022년까지 27종에 달하는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고 2025년까지 e-모빌리티 시장 글로벌 리더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브랜드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벤츠는 2030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배터리 전기차 부문에만 400억 유로(54조 2천2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벤츠는 1회 충전으로 1천㎞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현대차의 선택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판단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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