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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국정 기조 변함 없음" 확인에 지지층은 안도했다

SM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0 13:26:33
조회 93 추천 0 댓글 1
														


조우석 평론가

예상했던 것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호했다.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 그리고 김건희 여사 특검 등과 관련해 일부 몸을 낮췄지만, 그러나 원칙을 잃지 않는 최고통치자의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줬다. 이른바 협치란 명분도 있고 해서 한두 개 정도는 야당에 던져줬지만,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기조를 바꾸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즉 "소통하고 경청하는 정부"로 바뀔 것임을 언급했지만, 시장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이라는 경제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당장 야당은 "고집불통 회견"이라고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놨다. 이런 요인이 앞으로 야당과 어떤 대치 국면과 갈등을 연출할 지가 주목된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전과 또 다르게 고개를 숙였으면서도 특검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할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라고 역공을 취했다.

단 채 상병 특검 문제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켜보고 납득이 안 되면 특검하자"고 역제안했다. 조건부 수용에 해당하고 전과 다른 유연함을 보여줬던 대목이다. 이번 기자회견에 쏠리는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총선 패배 이후 첫 기자회견이라서 더욱 그랬다.

여기에 한국일보의 7일 자 단독보도가 궁금증에 불을 질렀다. 지난번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양자 회담 성사 과정에서 양측을 오갔던 특사(함성득 경기대 교수+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두 명의 발언을 그 신문이 모두 공개했던 것이다.

놀라운 건 조율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선 지지층도 때때로 배신해야 한다"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는 대목이다. 그 말은 윤 대통령이 자유우파를 배신하고 민주당과 야합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더욱이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불편한 사람을 이번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발언을 윤 대통령이 했고, 후임 국무총리 후보 추천도 이재명에게 선제적으로 요청했던 걸로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심지어 협치를 넘어서 이재명의 민주당과 공치(共治, 공동통치) 얘기까지 나왔다는 보도는 국민의힘당은 물론 자유우파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자신이 탄핵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민이 만들어준 권력을 멋대로 변경해 민주당과 공유하는 건 정치적 배신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직후 "윤 대통령은 국힘당을 탈당하라"는 일부 당원들의 격앙된 반응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용산 대통령실과 이재명의 민주당 측이 한국일보 보도를 함께 부인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헷갈리는 마음은 당장 쉬 정리된 게 아니었다. 그러던 참에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의혹의 상당부분을 씻어줄 수 있었다. 만에 하나 그렇게 하지 않고, 민주당이 원하는 '원칙 없는 국정기조 전환'을 선언했을 경우 장기적으로 패착이 될 뻔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취재진이 윤 대통령의 국민보고 모두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은 문제는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 기조의 고삐를 어떻게 흩으러짐없이 틀어쥐고 갈지, 더욱 더 격렬해질 저들의 탄핵 공세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방어할 지의 여부다. 좋다. 그건 지난 2년 부족했던 게 사실인 윤 대통령의 정치력 회복에 달렸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자유우파와의 연대는 물론 국민 모두의 마음을 사는 고단수의 능력 확보 없이는 매우 힘든 여정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작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견 앞의 20여 분 '국민 보고'는 정말 지루했다. 줄줄이 사탕 식의 답답한 사실 나열은 감동도 재미도 없었다. 도대체 대통령실 연설문을 쓰는 건 누구인지를 묻고 싶었을 정도다. 빽빽한 사실들의 나열 사이에 무언가 설득력있는 대국민 호소를 섞어야 하고, 대통령의 속내와 지향점을 적절히 드러냈어야 옳았다.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상식이지만 정치는 곧 말이다. 그래서 정치는 피 흘리지 않은 채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하지만, 특히 그중 최고의 정치 행위는 대중연설이다. 그에 비춰 이번 국민 보고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담당자를 바꿔서라도 보다 효율을 높이길 바란다. 윤 대통령이 달변가 스타일이 아니고 외려 어눌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대중연설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유념해주길 바란다.

또 있다. 이번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충분히 날카롭지 않았다. 그것도 답답했다. 대통령의 원론적인 답변에 후속 질문을 추가로 하도록 바꿔서라도기자회견이 의혹을 푸는 큰 멍석이 되도록 할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방식은 언론과 대통령실 모두에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해둔다.



▶ [조우석 칼럼] 법정구속 김상진은 왜 무죄인가?▶ [조우석 칼럼] 드디어 '탄핵의 나팔수' 백낙청 등판했다▶ [조우석 칼럼] 이미 불어닥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풍▶ [조우석 칼럼] 지금 난리 난 막가파 방송 MBC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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