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구직자가 유선으로 합격이 유력하다는 통지를 받은 뒤 입사가 무산됐더라도, 이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최근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채용취소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지난 2022년 10월 관리총괄 이사를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내자, 구직자 B씨는 이를 보고 지원해 같은 해 10월 31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A사 대표는 같은 해 11월 3일 B씨와의 전화통화에서 “함께 근무가 가능할 것 같아 연락드렸다”, “출근은 언제부터 가능하냐”, “합격이 두 사람으로 좁혀졌는데, 일단 (B씨로) 선정은 해놨다” 등이라 말했다. 급여조건을 논의하고 출근 일을 정해놓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후 A사 대표는 다른 후보를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B씨에게 “최종 확정은 직원들과 협의가 필요해 월요일에 다시 연락드린다고 했는데, (내부 상의 결과) 입사는 어려울 것 같아 보류했다. 다른 곳에 취업해도 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B씨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노위는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반면 중노위는 “채용 내정이 이뤄졌으므로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며 문자 통보는 서면통지의무 위반이고 정당한 해고사유도 없다면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이에 A사는 B씨 채용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근로계약 중요 사항에 합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주며, B씨와의 근로계약이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 대표의 발언 중 “좁혀졌다”, “일단”, “거의” 등의 표현이 B씨를 유력 후보로 고려했다는 의미일 뿐, 확정적인 채용 의사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출근’이라는 표현도 대화 맥락상 2차 면접을 의미하거나, 최종 근로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협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B씨 역시 대표의 발언 직후 최종 결정 시점을 물었던 점을 들어, 본인도 최종 합격이 이뤄진 것으로 인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사가 근로자와 계약서 체결 시에 서약서, 각서, 주민등록등본, 건강진단서 등 서류를 받는데, B씨에 대해 이 같은 서류 제출을 요구하지 않은 점도 감안했다.
B씨가 근거로 제시한 사례들은 명확한 합격 통보나 채용 공고에 세부 근로계약 조건이 명시된 경우로, 이번 사건과는 다르다는 점도 법원은 강조했다.
재판부는 "임금, 종사업무, 근로계약 기간 등 근로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대해선 구체적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존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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